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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바투타의 여정 좇아… 아랍의 풍속·생활·정서 전해

입력 : 2016-01-15 19:22:50 수정 : 2016-01-15 19: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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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매킨토시-스미스 지음/신해경 옮김/봄날의책/2만2000원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팀 매킨토시-스미스 지음/신해경 옮김/봄날의책/2만2000원


2015년 11월 13일의 프랑스 파리 테러 참사는 서방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아랍은 또 한 번 악의 세력으로 단죄되고 테러집단으로 선전되고 있다. 파리 테러는 IS라는 극단주의 집단이 저지른 예외적인 만행이다. 그럼에도 아랍과 이슬람교는 이유 없이 매도되고, 서방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행태는 이미 선을 넘었다.

영국의 성공회 신자인 팀 매킨토시-스미스는 14세기 모로코인 여행가이며 역사가인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읽은 뒤, 그의 행적을 따라가본다. 저자들은 이븐 바투타의 여정을 뒤따라가면서 서구 중심의 언론이 만들어낸 편견들을 걷어낸다.

이 책은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의 토대가 되었으며, 영국 내 각종 도서상을 휩쓸었다. 이븐 바투타 이후 700년이 지나 그 여행길을 좇아가면서 현대 아랍의 세태 풍속, 생활감정과 정서를 차분히 전한다.

이븐 바투타가 14세기 초에 세상을 주유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때 세계는 드물게 평화로웠다. 왕국들은 창과 화살 대신 딸을 주고받으며 평화조약을 맺었다. 국경이 열리고 길이 이어졌다. 지중해와 인도양은 상인들로 북적였다. 유럽의 기독교도들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났고, 무슬림들은 메카를 향해 길을 나섰다.

마르코 폴로는 1271년 고향 베네치아를 떠나 당시 ‘세계의 끝’인 중국까지 여행하고 24년 후인 1295년 귀향했다. 영국인 존 맨더빌은 1322년에 고향을 떠나 전설 속 도시들까지 두루 돌아본 후 1356년에 귀향했다. 이븐 바투타는 1325년에 고향을 떠나 29년을 길에서 보냈다. 북쪽으로 대초원을 지나 볼가 강을 보았고, 남쪽으로는 탄자니아, 동쪽으로는 인도를 거쳐 중국에 이르렀다. 그는 당시 알려진 세상의 거의 전부를 보았다. 온전히 걸으면서 보고 체험하고 기록했다.

비록 700년의 시차를 두고 쓴 여행기이지만 아랍 사람들은 광폭한 괴물이 아니었다. 서구인과 결코 다르지 않다. 저자들이 이란에서 체험한 일화 한 토막이다.

“이란인들은 진지하게 즐기고 있었다. 몇몇 여자들이 설교단 옆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러자 성직자 한 명이 간간이 아름다운 테너 음성으로 꾸란을 낭송하며 설교하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숨죽여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순례단이었다. 그들은 이스마일파 인도인들이다. 여자들은 식탁보나 커튼을 임시변통한 것 같은 꽃무늬 옷과 망토를 둘렀다. 남자들은 하도 얇아서 통상적인 다마스쿠스 소나기 한 방이면 투명해져버릴 것 같은 튜닉과 하얀 바지를 입었다. 어느 모로 보나 암살자들의 후손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인간의 목숨은 차별받아왔다. 파리 참사와 9·11 테러는 세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시리아, 이라크, 예멘, 이집트 등에서 자행된 수천 수만명의 학살, 폭격 등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 양 취급되고 보도되었다. 사람 목숨에 값을 매기고 위계화하는 현대 세계의 민낯을 이 책은 드러내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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