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입법위원선거 직전에 쯔위는 지난해 11월 국내 한 방송에서 중화민국(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최근 대만독립파로 몰려 공개 사과까지 하는 곤욕을 치렀다. 17세 소녀가 제 나라 국기를 흔든 게 대역죄라도 된다는 것인지 쯔위의 소속사인 JYP는 쯔위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책임론에 휩싸였다.
반면 대만에선 정파를 불문하고 쯔위를 감싸느라 바빴다. 대만독립파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뿐만 아니라 친중국파인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까지 나서 쯔위의 행위를 두둔했다. 대만 사람이 대만 국기 흔드는 게 당연한 도리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대만 여론도 쯔위를 옹호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향해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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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특파원 |
린창쭤는 이번 선거에 출마해 입법위원이 됐다. ‘프레디 림’으로 불리는 그는 섬뜩한 문신에 긴 말총머리를 한 채 무대에 올라 젊음을 발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말쑥한 차림으로 지역구 선거에 나서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자유분방함을 만끽하며 누구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는 그의 음악은 민주와 자유, 대만 독립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시대정신과 통했다. 그 집약체가 ‘시대역량’이다. 시대역량은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을 우려해 2014년 3월 입법원까지 점거했던 ‘해바라기운동’에 나선 젊은이들의 힘을 결집해 냈다. 그의 당선에 대해 언론은 ‘구정치 종결’로 평가했다.
쯔위 사건과 린창쭤 당선에 나타난 전혀 다른 중국관은 우리의 미래를 생각케 한다.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놓쳐서는 안 될 한국 기업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만 소녀 쯔위는 나라까지 버려야 했다. 소속사가 쯔위를 압박해 공개적으로 중국인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국 기업의 현실이 대부분 그렇다. 반면 프레디 림은 “중국 의존이 결코 대만 번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이제 입법원에 입성해 당당한 대만을 만들려 한다. 소녀 쯔위를 대륙인으로 둔갑시키는 이들이 돈에 현혹돼 대한민국 국민을 중국인으로 둔갑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쯔위 해프닝은 갈수록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우리의 미래를 예시주시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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