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계 환영, “해외진출·빅데이터 활성화로 새로운 수익 창출 가능”
선거구 획정 등 쟁점법안으로 공회전 중인 국회…법령 개정 여부 ‘미지수’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룡)는 18일 발표한 2차 업무보고에서 “빅데이터 활용과 핀테크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고, 침체 상태인 금융권의 현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빅데이터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의 시선이 많다.
◆빅데이터 산업에 쏠리는 기대
최근 빅데이터는 ‘차세대 핀테크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대출 신용평가, 자산관리 상담, 보험 손해율 측정, 고객 니즈 파악, 금융산업과 타 산업의 융합 등 다양한 방면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여러 제약요인 때문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가 아직 미숙한 단계인데, 금융위는 이를 전면적으로 제거할 뜻을 밝혔다.
우선 식별정보는 관련 규제를 일원화하는 등 보다 체계적으로 보호하되 비식별정보는 고객 동의 없이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오는 6월 금융보안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회사, 핀테크 업체 등과 공동으로 빅데이터 활용 비식별 지침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또 핀테크업체 등이 새로운 사업을 할 때 다양한 통계 정보 등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를 고려, 올해 1월 1일 한국신용정보원에서 핀테크기업, 금융사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토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3월까지 신용정보원 주관으로 핀테크업체, 금융사 등과 간담회를 통해 수요를 파악하고, 오는 4월 빅데이터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통해 정보처리업, 정보의 가공 및 판매업 등 연관 업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비식별정보의 활용이 자유로운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경우 빅데이터가 수익모델로 연결된 사례가 여럿 있다.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자동차 운행기록정보 시스템 도입으로 빅데이터를 보험업에 접목한 뒤 업계 평균 3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 가치도 지난 4년간 2배로 증가했다.
레돈도는 소셜네트워크(SNS) 지인 중 연체자가 있으면 신용점수가 낮아지는 신용평가점수를 개발, 소액대출업을 영위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밖에 미국의 핀테크기업들은 액시엄 등 데이터중개업체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어 쓰고 있다. 재작년 3월 현재 미국에는 257곳의 중대형 데이터브로커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밖에 핀테크 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추진한다. 핀테크 지원센터와 코트라, 특허정보원, 법무법인 간 해외진출 원스톱 지원 체계를 운영하는 등 핀테크 기업의 해외진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영국(4월), 중국(6월), 미국(10월) 등에서 해외 데모데이도 개최한다.
아울러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표준화된 개발도구(API)를 제공, 쉽고 빠른 핀테크 서비스 출시를 지원한다. 표준화된 API 개발은 세계 최초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벌일 수 없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며 “정부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면, 관련 산업이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환영했다.
그는 핀테크기업의 해외진출과 관련, “이미 여러 핀테크기업이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핀테크기업 스트리미와 블로코가 신한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홍콩의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 아태지역 데모데이에 참여하는 등 핀테크기업들은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빅데이터 활용이 금융권에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신규 서비스를 통해 주거래고객을 붙들어두는 효과를 기대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통적인 점포 중심 해외진출만으로는 힘든 부분을 핀테크를 이용해 뚫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명확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식물국회’ 통과할 수 있을까?
다만 빅데이터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신용정보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현행 신용정보법에 의하면, 비식별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2조 2호를 ‘개인신용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서’란 문구로 변경하는 등의 안을 국회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개정되면, 비식별정보는 신용정보법에 저촉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신용정보원 등도 핀테크기업 등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회가 거의 식물 상태라는 점. 여야의 정쟁은 갈수록 격화돼서 기업구조조조정촉진법 일몰 방치 등 금융개혁법안이 올스톱된 것은 물론 선거구 획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선거구 획정, 기간제법, 파견법, 북한인권법 등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워낙 치열하다 보니 신용정보법 개정안 따위는 논의라도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이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비식별정보의 자유로운 활용만으로도 개인정보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논란의 재점화도 우려된다.
지난해 김기준, 민병두, 신학용, 이상직, 이학영 등 5명의 국회의원은 “비식별화된 정보라 해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축적된 정보와 비교 분석하면, 쉽게 재식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SNS 정보 등이 타 정보와 결합 시 최대 45%까지 식별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비식별정보와 타 정보의 결합으로 재식별된다는 것은 애초에 비식별화가 제대로 안 된 것”이라고 반론했다. 그는 “확실하게 비식별화하면, 타 정보와 합쳐도 재식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비식별정보가 재식별될 경우 개인신용정보 누설 등과 동일하게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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