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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원폭피해자는 변치 않는 역사적 사실”

입력 : 2016-01-27 20:02:20 수정 : 2016-01-27 22: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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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사람’ 쓴 일본 지한파 소설가 에미야 다카유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소중히 해야 하는 나라다. 일본의 말은 중국보다 한국과 가깝고, 중국에서 온 문화도 한국을 거쳐 온 게 많다. 역사적인 면에서도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 관련 역사 소설을 6권 집필한 지한파 소설가 에미야 다카유키(江宮隆之·68)의 말이다. 그의 대표작인 ‘백자의 사람’은 한국에서도 ‘백자의 나라에 살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출판됐으며,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라는 제목의 한·일 합작 영화로 만들어져 2011년 일본에서, 이듬해 한국에서 개봉됐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민둥산을 녹화하러 갔다가 도자기 등 조선의 문화와 사람을 좋아하게 돼 죽어서도 조선 땅에 묻힌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라는 실존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에미야를 지난 19일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의 한 한식당에서 만났다.

소설가 에미야 다카유키가 지난 19일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의 한 식당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일 친선 문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에미야는 “최근 수년간 한·일 관계가 나빠진 것은 정치적인 문제일 뿐 민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은 자기 주장을 해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 같은 민간인은 상대의 좋은 점을 보고 나의 좋은 점도 보여주면서 우정도 만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뭐라고 얘기해도 민간 교류를 통해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며 “나는 지금도 매일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에미야는 “위안부가 있었다는 것, 피해자들이 세상에 나와 사죄를 요구하는 것 모두 사실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며 “있었던 일을 지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도 같은 처지 아니겠느냐”며 “미국이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아무리 얘기한들 미국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고통을 줬다는 사실은 미래에도 영원히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 위안부나 원폭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도 사실은 변하지 않고 역사로 확실하게 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인 야마나시현에 있는 니치니치(日日)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던 시절 아사카와 노리쿠미와 다쿠미 형제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조선땅에 남긴 발자취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 등을 위해 2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많은 한국인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 친구들을 정말 좋아한다”며 “문화적 차이야 물론 있겠지만 일본인 친구들과 별로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백자의 사람’에 등장하는 형인 노리쿠미는 조선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다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빠져 평생을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연구에 바친 이 방면의 일인자로 한국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다. 동생 다쿠미는 산림 녹화라는 본업에서도 큰 실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조선의 소반(밥상)을 연구해 조선 문화의 독자성을 주장했다. 그가 4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을 때 한국인들이 관을 멨다. 현재 망우리 묘지공원에 있는 그의 무덤은 한국인들이 돌보고 있다.

에미야는 “아사카와 다쿠미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 중 한국인에게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민간 교류의 롤모델로 꼽았다. 이어 “민간에서는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정치인들이 꼭 ‘백자의 사람’이라는 책이나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글·사진,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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