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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마약 유통책으로 수배돼 도망 다니던 최모씨에게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최씨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신모(39) 경사의 전화였다. 신씨의 연락으로 한숨 돌린 최씨는 얼마 후 갑자기 거주지를 옮겼다. 이 역시 신씨가 “지금 우리(경찰)가 집을 파악했으니 거주지도 당장 옮겨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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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최씨 일당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성접대를 포함한 13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업체에 3억원을 투자해 수익금 수천만원도 챙겼다.
경찰과 범죄자라는 두 얼굴의 사나이로 살았던 신씨는 결국 검찰에 꼬리가 밟혔다. 지난 25일 아는 사람의 집에 숨어 있다가 붙잡혔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강수산나)는 27일 범인 도피와 공무상 비밀누설,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신씨를 구속했다.
마약 수사 경찰이 마약범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며 도피를 돕고 불법 도박을 엄단하기는커녕 거기에 손을 얹고 배를 채우는 믿기 어려운 짓을 벌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선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부정부패 범죄를 단속해야 할 사정기관 공무원들이 되레 비리와 범죄에 연루돼 사정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힘센’ 기관 직원들의 범죄는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성접대, 선처 대가로 돈 챙기기, 뇌물 등 비리와 범죄 유형 또한 각양각색이다. 이들의 범죄에는 기상천외한 수법 등이 총동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패와의 전쟁에 앞서 사정기관 직원들의 부정부패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11일 국세청 계장 이모(54)씨가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 대해 법률상담을 해주고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검찰 수사관 양모(51)씨와 김모(51)씨가 피고인으로부터 사건 선처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는 등 사정기관 소속 공무원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공식 출범한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특수단 사무실로 수사팀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한중 교수는 “사정기관의 범죄행위가 증가한 것은 내부의 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부패비리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공무원 범죄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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