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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나로호 발사 3년, 연구원도 없고 돈도 없고

입력 : 2016-01-31 14:06:16 수정 : 2016-01-31 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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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75톤 엔진 연말 시험 발사
국내 발사체 연구원 200명, 해외 선진국 100분의 1 수준
 "온도 4.3℃, 기압 1014 hPa, 습도 90%, 풍향 270˚… 가동 이상 없습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28일, 전남 고흥군 '나로 우주센터'를 찾았다. 2009년 6월 완공된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13번째 우주센터다.

고흥은 '높게 흥하라(高興)'란 지명답게 국산 기술 발사체를 우주 높이 쏘아올리는 산실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제어계측동에서는 최적의 발사 환경을 측정하기 위한 기상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비바람이 심한 날씨여서 풍향을 가리키는 빨간색 숫자는 0˚부터 360˚까지 어지럽게 움직였다.

한국항공우주원 관계자는 "나로 우주센터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자 자체 소방시설과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올해는 '나로호' 발사 성공 3주년인데다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 엔진을 쏘아올리는 해라 뜻깊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30일 이 자리에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1단 액체로켓엔진을 러시아에서 들여왔지만, 2단 로켓과 위성 장비 등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제는 엔진을 포함해 모든 과정을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를 준비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자체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이란, 일본, 유럽우주기구 등 5개국이다.

한국형발사체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에 발사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국내 개발진이 만든 75톤급과 7톤급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7톤급 엔진은 지난해 12월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형발사체의 핵심인 75톤 엔진은 오는 12월 시험 발사된다. 우리나라 독자 발사체의 심장이 완성되는 격이다. 엔진을 포함해 완성된 한국형 발사체는 2020년 본 발사될 예정이다.

한국형 발사체를 통해 확보된 기술은 달 탐사선을 비롯한 대형 발사체에 적용된다. 2020년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한 달 탐사에 성공하면 세계에 우리 발사체의 신뢰성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세계 위성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다.

한국형 발사체를 꿈꾸기까지 모든 과정이 약 20년 만에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우주 선진국보다 30년 늦은 1990년대부터 우주 산업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신인 항공우주연구소는 1989년 10월에 설립됐다.

우주분야 시장조사기관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우주예산은 4억5900만달러로 세계 우주예산의 0.7%에 불과하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되는 한국형 발사체를 위한 사업 예산 1조9572억원도 몇 차례 예산 축소와 진통 끝에 간신히 마련됐다.

발사체 연구 규모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러시아·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의 발사체 연구 인력은 국가당 수만명, 전체 우주 연구원 규모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 연구원은 200여 명에 그친다. 전체 임직원을 합쳐도 900명 수준으로 1000명이 안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주위에서 유인 우주선은 언제 만드냐는 질문을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계획조차 세울 수 없다"며 "러시아는 우주인 양성을 위해 수백명을 선발해 훈련시키는데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척박한 환경뿐 아니라 국내 우주 개발에 대한 부정적 편견도 연구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우주 산업은 일부 선진국에 국한된 사안으로 국내 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아냥도 있다.

나로호 1차·2차 발사 실패 때 나로호발사추진단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다녀야 했다. 일부 국회의원에게는 모멸감 섞인 조롱을 들었다.

당시 단장이었던 조광래(56) 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공황장애를 얻기까지 했다. 그는 198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사 이래 휴가를 세 번만 다녀올 정도로 일에 파묻혀 지냈다.

다행히 3년전 나로호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형 발사체 꿈을 향해 성큼 다가갈 수 있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만난 조광래 원장은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올리면 국격도 같이 올라간다'고 표현했다.

조 원장은 "발사체 개발을 하면 첨단 기술들이 함께 만들어지고, 이들 기술의 상당수가 민간부문으로 확산하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킨다"며 "우주산업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연구 개발비가 들지만 우주 개발력이 높을수록 국격과 국력이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 기술은 이미 일상에 스며들었다고 했다.

조 원장은 "많은 사람이 길을 찾을 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데, 내비게이션조차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 GPS 기술 덕택에 가능한 서비스"라며 "우주 과학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투자효과가 없다고 관두는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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