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됐으나, 막상 창구에서 대출 신청자 수가 격감하는 등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심사가 거절됐다고 고객이 불만을 토하는 등의 혼란상도 없었다.
이는 그간 충분히 홍보가 된 데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목까지 차올라 소비자들이 돈을 더 빌릴 여력 자체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 점포의 대출 신청자 수는 지난달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설 대목’을 맞아 대출 신청자 수가 평소보다 늘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하는 사람의 수도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급증하면서 “여신심사 선진화 이전에 미리 돈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과는 다른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달 27일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479조9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월의 증가액 2조5000억원을 벌써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가이드라인을 시행해보니 대출 신청 자체에 별 영향은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소득 심사를 강화해 대출을 더 까다롭게 하는 내용”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의 대출을 받을 의지 자체가 위축됐다면, 파장이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다퉈 시행하던 가계대출 금리 인하 경쟁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고, 도리어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그는 “때문에 소비자들이 전보다 대출을 꺼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이미 지난해말부터 일어난 탓에 오늘의 가이드라인 시행 영향은 미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출 심사가 깐깐해질 것이란 내용 역시 이미 소비자들한테 잘 알려진 덕에 은행 창구에서 항의하는 등의 부작용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보험권 여심신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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