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단백질과 지방을 적게 섭취하면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난청(難聽) 위험이 56%나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난청은 노인에게 가장 빈발하는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한번 발생하면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최효근 교수팀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원자료(2009∼2012년)를 토대로 60∼80세 노년층 4615명(평균 나이 68.3세)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영양학회지(British Journal of Nutrition)'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노년층의 60.7%가 단백질을 하루 권장량보다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섭취량이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는 노년층은 권장량 이상으로 먹는 노인에 비해 난청을 갖게 될 가능성이 23%나 높았다. 최 교수팀은 청력검사에서 25㏈(데시벨, 소리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 이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난청으로 분류했다.
하루 전체 칼로리 섭취량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것도 난청 위험을 높였다. 지방을 통해 얻는 칼로리가 하루 전체 섭취 칼로리의 12% 미만인 사람은 12% 이상인 사람에 비해 난청 가능성이 22% 높게 나타난 것이다.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모두 부족한 국내 노년층의 난청 위험은 적당량 섭취하는 노년층에 비해 56%나 높았다.
최 교수는 "외국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지방 섭취가 너무 많아도 난청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며 "우리나라 노년층은 서구 노인에 비해 단백질·지방 섭취가 크게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노년층의 지방 섭취가 지나치게 적은 것은 다른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최근 대전대 식품영양학과 심재은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23.7g), 50∼64세(37.7g)의 지방 섭취량은 하루 권장량에 훨씬 미달하는 것은 물론 3∼5세(41.2g) 유아보다 적었다.
최 교수는 "노년층은 난청 예방을 위해서라도 하루 전체 섭취 칼로리에서 지방·단백질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지방은 노년기 건강에 유익한 측면도 여럿 있으며 난청 예방 효과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방은 세포막의 기능에 필수적이며 비타민 A·D·E 등 지용성 비타민의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효근 교수는 "불포화 지방을 섭취해 혈관 건강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올리는 것도 청력 보호에 이롭다"며 "저지방·저단백 식사가 왜 난청 위험을 높이는 지 명확한 이유는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대상자인 4615명 중 약 38%인 1734명이 청력 검사에서 현재 난청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팀 김봉수 기자 bs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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