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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관파천 120년, 한국 외교의 길을 묻다

입력 : 2016-02-03 20:36:47 수정 : 2016-02-05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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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고종 황제가 일본의 위협에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쳐를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 120주년(2월11일)을 앞두고 한·러 관계와 한국 외교의 미래를 조망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호섭)과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회장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교수)는 3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임광빌딩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21세기 아관파천의 재조명: 한·러 관계와 한국외교의 미래를 묻다’ 주제로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학술회의를 진행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축사를 통해 “조선이 힘들었던 시기의 러·한 관계 역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데 일조할 것이고, 학문 및 문화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심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러·한 양국의 상호이해와 우호의 기초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의 지지와 협력을 배경으로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탈바꿈하고 고종이 황제로 등극하게 된 것은 조선을 근대적 주권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한 고종황제의 북방외교의 산물”이라며 “고종 정부의 북방외교가 오늘날 한국정부의 유라시아이니셔티브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홍완석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은 “최근 한반도 및 동북아를 에워싼 주변 열강들의 격렬한 파워 게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구한말 시대의 데자뷰 느껴진다”며 “역내 패권 장악을 위한 세력투쟁이 과거 청·일의 대립에서 오늘날 미·중 대결로 환치되었지만 러시아가 일종의 세력 균형자로서 신동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구대열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아관파천, 그때와 지금’을 주제로 한 기조 연설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평화적 주변 환경 유지를 선호한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다만 과거와 같이 맹목적 무력이란 수단을 앞세우지는 않는다”며 “이것이 오늘날 동아시아 정세가 평화가 아니고 그렇다고 전쟁의 분위기에 휩싸인 위기의 시대도 아닌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완석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동해연구실장은 아관파천과 한·러 관계에 대해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와 일본의 상호 견제 속에서 국내 정치세력은 한국이 자주독립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었다”며 “아관파천은 열강의 간섭에서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장덕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론과 관련, “단기적으로 중·러를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이 지나치게 중·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정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북한을 제외한 5자(한·미·중·러·일)회담은 그리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북 압박이든 평화적·외교적 방식이든 중·러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그런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러시아 역할에 대해 “러시아는 소극적 평화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적극적 평화, 나아가 완전한 평화에 이르기까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산을 가진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한국의 파트너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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