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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한 번의 대화가 외로운 죽음 막았다

입력 : 2016-02-06 10:31:33 수정 : 2016-02-06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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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이웃관심 받으면서 고독사·자살 사라져 "자동이체를 해놨는데 왜 전화요금 1천950원이 미납됐다는 거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송모(87) 할머니의 집에서는 지난 3일 이야기꽃이 피었다.

여느 어머니와 딸 사이에 오갔을 법한 소소한 대화는 30여분간 이어졌고 송 할머니는 다음 주에 또 오라는 인사말로 김미경(53)씨를 배웅했다.

광주 서구 상무2동 쌍쌍일촌 이음지기봉사단에 참여한 김씨는 송 할머니에게 친구이자, 딸이자, 엄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상무2동 이음지기봉사단은 지역의 홀몸세대를 발굴하고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를 맺어 이웃의 고독사와 자살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80명의 봉사단이 매주 1차례 2명씩 짝을 지어 홀몸세대 336명의 집을 방문한다.

봉사단이 찾아가는 상무2동 임대아파트 촌은 주민의 41%가 복지대상자다. 이 가운데 69%는 손길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이다.

이곳에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주민 5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통계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2014년부터 이듬해 초까지도 한 달에 1명꼴로 자살자가 잇따랐다.

사망한 지 수일이 지난 뒤에야 발견된 부패한 시신, 치매 걸린 배우자를 집안에 남겨둔 채 홀로 자살을 선택한 노인 등 비극적인 죽음이 끊이지 않았다.

송 할머니도 김씨와 마음을 나누기 전에는 타인의 접근을 경계하며 비좁은 아파트 안에서 홀로 무기력한 날들을 보냈다고 한다.

국회의원을 배출한 집안 출신에 교직을 지낸 송 할머니가 홀로 사는 노인이 될 것이라고는 그의 삶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친자식처럼 키운 송 할머니는 그들에게 노후의 버팀목이 될 전 재산까지 바쳤지만, 인생 황혼녘 깊은 상처만을 안고 세상에 홀로 버려졌다.

지난해 어느 날부터 옥수수를 삶아놓고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를 기다리기 시작했다는 송 할머니는 비가 오면 옷이 젖었다고, 추운 날에는 손이 차갑다고 김씨를 나무랐다.

송 할머니처럼 이음지기봉사단에게 정 붙인 주민들이 늘어나던 무렵부터 상무2동에서는 고독사와 자살이 사라졌다고 송경애 상무2동 사회복지계장은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노인 5명 중 1명은 홀로 살고 있다. 가족의 해체와 깊은 경기불황 등으로 20년 뒤에는 그 숫자가 2.5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 할머니 등의 일상에 안정을 되찾아 준 것은 일주일에 한 번, 평균 30분 정도의 대화가 전부라고 상무2동 복지현장의 목소리는 전했다.

이순복(46) 쌍쌍일촌 이음지기봉사단원은 "단지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활동의 보람을 느꼈다"며 "커다란 후원이 아닌 꾸준한 관심이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이들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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