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0일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인식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인 성인 1000명 가운데 미혼인 260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자기 발전을 위하여’(35.9%)라고 답했다. 이어 △집 장만이 어려워서(14.8%) △고용이 불안정해서(12.7%) △결혼생활과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어서(11.8%)라고 꼽았다.
6년 전 대형 조선소에 취업한 정모(32)씨는 “적지 않은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전셋집을 얻을 만큼도 모으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사원·대리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정부의 관련 대책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 등의 한계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38.5%)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일부 영역만 노력하고 있어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데 역부족’(35.6%)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편 중·고등학교 1∼2년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2.6%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또 중학교 1학년(46.2%)보다 고등학교 2학년(63.6%)이 이 같은 의견이 더 높아 학년이 높을수록 결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강했다.
이 같은 추세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현재 1.2명 수준인 합계출산율의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넘지 못할 경우 자연적인 인구 유지조차 어렵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생활과 학업 또는 일에서의 성취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만혼화 현상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과 관련한 학교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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