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일 정부 엔저 의도 빗나가
한국 수출기업 다소 숨통 틔여 설 연휴가 끝난 후 첫 거래일인 11일 원·엔 재정환율이 1년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원 정도 올랐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67.97원으로 지난 5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43.33원이나 급등했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106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14년 3월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한 재정환율로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따진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5일보다 5.1원 오른 달러당 1202.5원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엔·달러환율은 달러당 117엔 언저리에서 112엔대 초반으로 크게 하락했다. 달러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소폭 하락한 반면 엔화 가치가 대폭 올라 원·엔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이 엔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했는데 오히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이변이 벌어진 셈이다. KEB하나은행 손정선 연구원은 “일본이 양적완화를 더 확대하지 않고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택한 것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 양적완화를 하기 힘들 만큼 정책적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를 부추겼고, 그것이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기치 않은 엔고로 한국 수출기업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이 엔화 약세 정책을 펴면서 그동안 한국의 수출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손 연구원은 “원화와 엔화의 환율 수준만 단순 비교한다면 우리 수출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원·엔 환율이 상승하는 이면에는 글로벌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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