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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박모(42·여)씨가 2011년 당시 7살이던 큰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해 숨지자 경기도 광주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또 시신유기 범행을 도와준 박씨 친구 이모(45), 백모(42)씨 등 2명도 사체유기 혐의로 이날 함께 구속하고 이씨의 언니(50)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날 경기경찰청 소속 의경 2개 중대 145명 등 200명을 동원해 경기도 광주시 해공로 초월읍 인근 야산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여오후 5시30분쯤 큰딸로 보이는 백골 상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신원 확인과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큰딸 폭행 당시 반항하지 못하도록 의자에 테이프로 묶었으며, 밥도 하루 한 끼밖에 주지 않고 다음 날 숨질 때까지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 매장 장소 찾은 친모 딸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박모씨가 1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한 야산의 시신 수색 현장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내려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
이어 박씨는 백씨와 두 이씨 등과 함께 암매장하기로 하고 집주인 이씨 승용차로 숨진 딸을 싣고 이틀 동안 묻을 장소 물색에 나서다 경기도 광주시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사망한 딸은 당시 미취학 아동으로 분류돼 있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안 교육당국의 수사 의뢰도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장기 미출석 학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씨가 두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충남 천안의 한 공장 기숙사에서 박씨를 검거해 둘째 딸(9)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로 구속하고 첫째 딸의 행방을 추궁해 왔다. 박씨는 가출 후 거주지에서 두 딸을 남편의 고향인 경남 고성군 할머니댁에 강제 전입신고를 했으며, 최근 교육부가 실시한 장기결석 초등학생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져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서면서 이 같은 범행사실이 들통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창원대학교 류병관 교수(형사법 전공)는 “가정불화로 박씨가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해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경우 우울증 또는 분노조절장애 현상에 빠지기 쉬워 아이가 보채거나 짜증을 내도 통제를 못하고 훈계 대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오동욱 강력계장은 “자녀 폭력도 한두 번 해보다가 사회적 노출이 안 되면 그 강도가 세지고 장시간 이어지는 양상을 빚는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식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보이지 않고 나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동학대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아동학대와 관련된 충격적인 자녀살해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으나 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작 실종아동 전수조사 대상을 미취학 아동과 중학생 등으로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했을 뿐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에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원=안원준 기자 am33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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