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대북정책의 핵심 골간
당과 외교안보 측면 시각차 커
당 내선 불만 속 “일단 지켜보자”
문재인 “생각 다 같을 필요는 없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우클릭(보수성향 강화)’ 행보가 거침없다.
북한 궤멸론과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찬반 극복 발언에 이어 야당 대북 정책의 핵심 골간인 햇볕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햇볕정책과 관련, “김정일은 자신의 지배체제를 안정시킨 후 대화에 나섰지만 김정은은 아직도 자기 권력이 안정됐다는 확신을 갖지 못해 불안한 상황”이라며 “대화와 교류협력으로 문제를 푸는 게 햇볕정책인데 최근 달라진 남북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할지 아니면 보완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햇볕정책을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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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국정에 관한 연설’을 하기에 앞서 의장접견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 등 여야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당내에선 당 정체성과 직결된 정책을 김 대표가 뒤흔드는 것에 대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한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부 비대위원들도 회의석상에서 김 대표의 햇볕정책 보완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안보관에 대해 “나는 생각을 쉽게 못 바꾸는 사람”이라며 보수적 소신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에는 한 방송에서 북한 궤멸론에 대해 “국민의 실생활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미사일이나 핵개발 같은 데 모든 자원을 투자하면 소련과 같은 그런(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그 말 자체를 취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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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대화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김 대표가 총선 공천과 전략 운용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에선 당장 정면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김 대표와 달리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연일 강경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김종인 위원장이 오신 이후로 당이 아주 안정되고 활력도 많이 생겼다”며 “(총선에서) 이길 것 같지 않으냐”며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의 안보관 시각차를 지적하는 질문에도 “생각이 다 같을 필요는 없죠”라고 받아넘겼다. 자신과 김 대표의 시각차가 자칫 당내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읽혀졌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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