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올려주고 눌러앉는 경우 많은 탓
물량 절대부족…내달엔 대란불가피 방학철 학군이사 수요 등으로 들끓어야 할 2월 전세시장이 조용하다. 주택담보대출 종합대책 등의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임대시장에서 월세 전환이 일반화한 데다 사상 최고치까지 뛰어오른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가 이주수요를 억누르는 경향도 엿보인다.
1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에 비해 0.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월 0.55%, 2014년 1월 0.29%가 각각 오른 것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둔화한 것이고 2013년 1월(0.17%) 이후 3년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전세거래 위축은 ‘학군특수’ 지역도 피해가지 못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는 1월쯤부터 전세 아파트를 찾는 손님 많았는데 올해는 전혀 없다. 수치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작년 겨울방학 때는 문의도 많고 실제 거래도 많았는데 지금은 뚝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세 세입자가 살던 집을 떠나지 않고 재계약을 하거나, 아파트 전세 대신 주택 매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는 전세 이동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딜 가나 전세 구하기 힘드니까 그냥 돈 올려주고 재계약하는 집이 많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거래량 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에서 아파트가 3만9695건 거래되며 작년보다 30.9% 줄어든 반면 연립·다세대는 1만2411건으로 2.1%, 단독·다가구는 1만259건으로 5.3% 늘었다.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전세금과 비슷한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는 다세대·다가구 등에 눈을 돌렸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업계에서는 봄 이사철이 본격화하고, 신혼부부 수요가 더해지는 3월 이후 전세금이 다시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뜩이나 3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전국 1만3997가구로 2월보다 47.8%나 줄어든다. 인구가 몰린 수도권 입주 물량이 크게(-81.4%) 준 것도 문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월은 학군수요가 있다지만 크게 전세의 비수기이기 때문에 일부 거래량이 빠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전세시장은 상승곡선을 이어가 전셋값 강세가 예상되며, 서울 등지의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이우중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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