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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중학생… 학대 가장 많이 당한다

입력 : 2016-02-17 19:17:09 수정 : 2016-02-17 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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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연령별 학대현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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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A(14)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다. 아버지가 A군을 키우다가 이혼조정이 됐지만 양육 경험이 거의 없던 아버지의 훈육 방식은 주로 체벌이었다.

A군은 어머니가 어디 사는지를 알게 된 11살 이후로 아버지에게 체벌을 당하면 어머니 집으로 피했다. 하지만 아들이 자주 찾아오자 어머니는 “앞으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탈출구가 없어진 A군은 가출을 했다가 며칠 안 돼 이모에게 발견됐다. 다시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A군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학교에 돌아온 A군의 사정을 눈치 채고 조치해 준 사람은 그의 담임교사였다. 이 교사는 손목에 남은 자해 흔적을 발견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이후 A군은 심리치료를, 아버지는 양육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A군과 아버지 모두에 대해 분노조절 등 가족치료도 이뤄졌다. 이로써 A군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학대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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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피해자 4명 가운데 1명이 중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따른 아동폭행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장기결석 중학생 조사가 본격화하면 끔찍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관련 예산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1만27건 중 23.1%(2309건)가 중학생(만 13∼15세)을 상대로 이뤄졌다. 특히 ‘중2병’ 등으로 불리며 반항의 대명사가 된 중학교 2학년(만 14세)이 8.2%로 가장 많았다.

이같이 중학생 피해자가 많은 것은 사춘기가 본격화하고 깊어지면서 부모와의 마찰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숙명여대 유미숙 교수(아동복지학)는 “미취학, 초등학생 때와 달리 중학생이 되면 자의식이 급성장한 자녀의 저항에 부모가 폭력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최근 “중학생은 아예 가출을 해서 장기결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학생이 초등학생보다 취약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경찰은 중학생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서상 자녀 훈육에 따른 청소년 학대에 대한 인식이 낮다.

아동학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책은 주로 어린이집 등 영·유아 쪽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를 당한 청소년들이 찾을 수 있는 중간지대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급할 때 몸을 피하고 조정권자가 부모를 불러 문제를 해결할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동복지법에서도 시·군·구별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한 곳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6곳에 불과하다.

정부의 아동학대예산이 지난해 252억4700만원에서 올해 185억6200만원으로 줄면서 올해 24곳을 설립키로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대구에 한 곳만이 들어선다.

연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12년 1만943건, 2013년 1만3076건, 2014년 1만7791건 등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김준영·김주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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