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자리도 현대캐피탈에 내줘
김세진 감독 위기 넘을지 관심
김세진(사진) 감독의 고민이 깊다. 시즌 내내 선두를 지키며 순항하던 OK저축은행의 ‘엔진’이 고장난 탓이다. 선두 자리도 현대캐피탈에 내줬다.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이민규의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16일 삼성화재와의 경기는 이민규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OK저축은행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이날 곽명우가 라이트 공격수 시몬에게 보내는 백토스는 시종일관 낮고 짧았다. 이 때문에 시몬이 제 타점을 살리지 못해 번번이 상대 블로커들에게 막히거나 코트 안에 꽂히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결국 시몬은 블로킹 5개, 서브득점 2개 포함 31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42.11%에 그쳤다. 특히 승부를 가른 5세트 중반 삼성화재 그로저의 강서브에 리시브는 흔들렸고 이를 받아올린 이단 토스는 낮거나 짧았다. 여기서 시몬은 무려 3연속 공격 범실을 기록했다. 사실상 이날 승부가 갈린 순간이다.
경기 뒤 김 감독은 “패장이 무슨 핑계를 대겠나. 다 나 때문에 진 거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민규의 공백을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이민규가 V-리그 세터 중 리시브가 흔들리거나 수비로 어렵게 걷어 올린 공의 이단연결은 최고”라면서 “가뜩이나 리시브 라인의 중심인 레프트 송희채마저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상황에서 곽명우까지 흔들리니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명우 토스가 낮고 짧은 이유는 자신감이 떨어져서다. 자신 있게 공을 쭉 밀어줘야 하는데, 밀다가 놔버린다. 그렇게 되면 토스 끝이 힘없이 떨어지게 되거나 짧아져 공격수가 타점도 못 살리고, 각을 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팀의 운명을 가르는 시점에 주전세터 이민규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커 보이는 OK저축은행. 지난 시즌 창단 2년 만에 OK저축은행을 챔피언에 올려놓으며 명장 반열에 올라선 김 감독이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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