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도 먹먹함이 계속되는 영화였습니다. 주말에 한 번 더 보러 가려고요.”(youngji*****)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 제작 루스이소니도스, 제공/배급 메가박스(주)플러스엠)가 극장가에 조용한 입소문을 일으키며 ‘흥행 역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2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동주’는 ‘데드풀’ ‘검사외전’ ‘주토피아’ ‘좋아해줘’에 이어 주말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했다.(19~21일 17만8427명 동원)
순위로만 보면 흥행이란 표현을 쓰기엔 아직 이르지만, 순제작비 5억원이 든 초저예산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손익분기점(50만)의 절반가량 달성한 셈이 된다.
‘동주’는 ‘서시’ ‘별 헤는 밤’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의 청년시절과 생의 마지막 순간, 그리고 그의 유일한 벗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소원’ ‘사도’ 등을 연출한 ‘이 시대 진정한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이한 점은 ‘동주’는 그가 연출한 첫 저예산 영화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익 감독은 “가장 자유로운 기분으로 촬영한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대극으로서는 터무니없게 적은 예산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감독은 컬러가 아닌 흑백 영상을 통해 불충분한 예산을 메웠고 이는 오히려 관객들을 시대 안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동주’는 지난 17일 ‘데드풀’(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좋아해줘’(배급 CJ엔터테인먼트), ‘주토피아’(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등 국내외 대형 수입 및 배급사 작품들 틈바구니에서 개봉했다. 시작부터 다윗과 골리앗들의 싸움이었고, ‘동주’는 개봉 첫날 1만9035명을 모으며 간신히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결국 관객들이 알아보는 법. ‘동주’를 향한 입소문이 심상치 않다. “재미로 보기보다는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강하늘 배우의 내레이션과 흑백영상미의 조화가 한 감동한다”(fash******), “감히 글자 몇 줄로 이 영화의 느낀 점을 담아내기에는 제 역량이 매우 부족합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ps99***), “동주 기대하고 보세요. 그래도 기대 이상입니다. 엔딩 크레딧까지 관객들이 못 일어나게 만든 영화입니다”(dmsq**** ) 등 개봉 후 ‘동주’를 응원하는 네티즌의 감상평이 물밀 듯 쏟아지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동주’를 좀 더 좋은 시간대, 많은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관객들의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첫날 374개관에서 ‘동주’는 일요일이었던 21일 499관에서 확대 상영됐지만, 아직도 근처 상영관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네티즌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그러나 개봉 이후 꾸준히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예매율 역시 높은 편이여서 앞으로의 선전이 기대된다.
한편, 이번 주에는 ‘동주’와 같은 시대를 산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 ‘귀향’(감독 조정래)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국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비의 절반을 모아 완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네티즌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실시간 예매율 22%(22일 오전 10시40분 기준)를 육박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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