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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작은 것이 더 혁신적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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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24 21:11:47 수정 : 2016-02-24 2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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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순발력 뛰어난 벤처, 4차 산업혁명 이끌어 갈 주역
기술혁신의 수익 보장되는 ‘전유성 체제’ 갖춰져야 글로벌 경쟁서 앞서나가
최근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는 ‘선언’을 들었을 것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날아온 이 소식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터기술 등 세상을 바꿀 만한 새로운 혁신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급진적 혁신이 범람하는 환경에서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기존의 산업에서 축적해 놓은 막대한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거대기업이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젊은 아이디어와 유연성, 그리고 민첩성을 지닌 기술벤처기업이 이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급진적 기술 변화에서는 기술벤처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 예는 역사적으로도 알 수 있다. 1994년 설립된 아마존닷컴은 기존의 미국 도서 유통산업을 주도하던 대형 오프라인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을 넘어서,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도서 유통시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후 온라인 도서시장을 선도하며 승승장구한 아마존은 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상거래 기업으로 발전했다. 근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테슬라 모터스 역시 창립된 지 불과 13년밖에 지나지 않은 기업이지만 전기자동차라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으로 보수적인 미국 자동차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온라인 서점과 전기자동차라는 급진적인 기술 변화는 기존의 공고한 사업영역에 묶여 있는 거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쉽사리 선택하기 힘든 영역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아마존과 테슬라는 보다 작고 유연한 조직을 갖춘 기술집약적 기업이었기에 기존 기업의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혁신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

반면 기존 사업 영역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거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과거의 것에만 얽매여 새로운 시류를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 다시 말해 기존 기술에 대한 익숙함과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기술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경쟁에서 도태된 기업이 많다. 노키아, 모토롤라, 코닥의 실패는 순식간에 경쟁에서 도태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미국의 기업을 매출 규모로 나열한 리스트인 포춘500을 살펴보면, 불과 20년 전 등재돼 있던 기업 중 대다수가 현재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규모가 작은 기술벤처기업은 그 특유의 유연성으로 외부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급진적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다. 물론 기술벤처기업이 혁신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전유성 체제’(appropriability regime)를 이룩할 수 있는 사회적 및 법적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전유성 체제란 혁신으로부터 창출된 이윤이나 보상을 올바르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 및 제도적 장치의 정도를 의미한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수많은 기술벤처의 요람인 실리콘밸리는 이러한 전유성 체제가 엄격하게 갖추어져 있는 생태계이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민첩한 기술벤처기업이 그 주인공이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술유출 실태를 살펴보면 전체 건수의 약 80%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즉 한국의 전유성 체제는 기술벤처기업이 급진적 혁신을 창출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누리기엔 매우 느슨한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어렵게 돼 혁신을 창출하는 동기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대한 도전의식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벤처기업이 창출한 혁신을 통해 온전한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엄격한 전유성 체제가 선행될 때 한국도 4차 산업혁명하의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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