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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지키고 산토끼 잡고… 은행권 '계좌 전쟁'

입력 : 2016-02-25 19:39:54 수정 : 2016-02-25 21: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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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업그레이드… 26일부터 본격 시행 주거래 계좌를 바꾸면서 자동이체도 한번에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26일부터 3단계 시행에 돌입한다. 3단계에서는 각 은행 창구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계좌이동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다음달 14일 출시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맞물려 ‘머니 무브’가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청 방법·대상 확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3단계에서 가장 달라지는 점은 신청 채널과 대상의 확대다. 2단계에서는 보험료·통신료·카드 대금·공과금 등의 자동납부의 이체만 변경이 가능했고, 신청은 금융결제원이 만든 ‘페이인포’(www.payinfo.or.kr)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다. 3단계부터는 각 은행 창구와 홈페이지에서도 계좌이체 변경을 신청할 수 있고, 대상도 적금·펀드·월세 등의 자동송금이 추가된다.

계좌이동제는 지난해 7월1일 페이인포를 통해 자동이체 목록 조회 및 해지 서비스를 시작한 1단계를 거쳐 같은 해 10월30일 2단계 시행 때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4일까지 총 104만명이 페이인포에 접속해 자동이체 47만건을 해지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초반에 비해 최근 열기가 식었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의당 신학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계좌이체 변경은 11월 11만2000건에서 지난달(22일 현재) 7만4000건이 됐다.

금융당국은 계좌이동제와는 별도로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 인포·Account info)’를 오는 4분기 중 도입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자신의 계좌를 일괄 조회한 뒤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계좌를 해지할 수 있게 된다. 이 계좌에 남은 돈도 사용중인 계좌로 옮길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에 개설된 개인계좌(수시입출금식예금 예·적금 신탁 등)는 총 2억3000만개이고, 잔액은 609조원이다. 이 중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거나 만기 후 1년 이상 지난 ‘비활동성계좌’ 1억300만개에 들어있는 돈은 14조3000억원이다. 

◆계좌이동 수요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3단계가 시행되면 계좌이동 열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고객이 직접 페이인포에 접속해야만 자동이체를 변경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창구에서 권유를 받고 그 자리에서 변경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래 은행을 바꿀 생각이 없었던 사람도 은행에 갔다가 은행을 갈아타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은행들이 다음달부터 만들 수 있는 ISA 고객을 유치하면서 계좌이동을 적극 권유할 공산이 크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국민은 주거래 은행 외에 다른 은행을 한 곳 정도 추가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추가로 거래하는 은행에 갔다가 주거래 은행을 갈아타라는 제안을 받으면 이에 응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계좌이동 서비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금융결제원이 1466명(무작위 1000명, 계좌이동제 이용자 4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9%가 계좌이동제를 알고 있었으며, 이용자 중 73%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열린 계좌이동제 시연회에서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국민의 주거래 은행 선택권이 넓어져 편리해졌다”며 “은행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해줘서 고객이 계좌를 옮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각 은행은 신상품 출시와 상품 정비, 이벤트로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제휴해 ‘KB아시아나ONE통장’을 지난 19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5월 말까지 자동이체 계좌 변경 등 요건을 충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서 LG전자 와인셀러 등을 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웰리치주거래패키지’의 예금상품 금리를 0.15%포인트(1년 만기 기준) 올렸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4월 말까지 ‘새내기 직장인 주거래 우대 패키지’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을 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미니 등을 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농협은행으로 자동이체를 변경하거나 신규 등록한 고객 중 3000명을 뽑아 하와이 여행 상품권, 골드바 등을 준다. IBK기업은행은 오는 29일까지 ‘IBK평생한가족통장(적립식)’에 가입하고 페이인포를 통해 자동이체를 변경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 0.2%포인트 등을 줄 계획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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