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25일 사립학교인 서울 영훈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에 영어과목 개설을 금지하고 다른 과목 수업의 영어 진행도 금지한 교육부 고시는 학부모·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교육부 고시는 영어과목 사교육의 지나친 과열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특히 초등학교는 인격 형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교육과정의 고른 구성으로 초등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려면 영어교육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한국어 발달과 영어교육에 둘 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제기한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에 대한 주장도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편성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이지, 이를 넘어 허용한다면 교육 기회에 불평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해 종국에는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성북교육지원청은 2013년 9월 교육부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를 근거로 영훈초교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1·2학년은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과목을 개설할 수 없고 3·4학년은 주당 2시간, 5·6학년은 3시간 이내에서 영어수업을 편성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수학 등 다른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은 모든 학년에서 금지했다.
그러자 영훈초교 학부모들은 “저학년 영어교육이 한국어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거나 “외국인 자녀 등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영어교육에 제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법원에 같은 취지의 행정소송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박현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