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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섰다. 국가 정책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다. 각국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를 심도 있게 다룬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요한 정책 과제였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내세운 지구 온난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디캐프리오는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디캐프리오 재단’을 만들며 환경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였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는 환경을 파괴하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기후변화는 중요한 의제다.
민주당 예비후보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이 썼다. “이제 논쟁은 끝났다. 기후변화는 실제 현실이고 우리 인간이 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샌더스는 탄소배출세 징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청정에너지 기술투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예비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기후변화를 대선 공약의 핵심으로 채택했다. 그는 “미국 전 가정이 사용할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겠다”며 “태양광 발전량을 현재 대비 700%로 늘리고 태양광 패널을 미 전역에 5억개 이상 설치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당시 기후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후 기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소 비율을 늘리는 ‘청정전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피스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캠페이너는 2일 “우리나라 시민들은 아직 기후변화가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탄소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에 큰 책임이 있고, 시민들이 이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환경부의 기능은 축소됐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정책도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5일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재 환경부 산하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국무조정실 산하로 옮기고, 환경부가 총괄하던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기획재정부가 맡도록 하는 내용의 ‘기후변화 대응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환경부가 주도하던 온실가스 감축정책 기능이 무력화한 것이다.
서울대 윤순진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 업무 이관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부처는 각자 지향하는 목표가 있는데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로 업무가 넘어가면 기후변화 대응·적응,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원래의 목표에서 엇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하거나 국제적 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 같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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