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대하리 피란민 일가족 희생사건'으로 숨진 조인현(1950년생)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지리산으로 피란을 갔다가 조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대하리 피란민 희생사건의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씨 가족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하리에 거주하다가 "국군이 마을을 수복하면 인민군 치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인다"는 말을 듣고 1950년 초겨울 지리산 여내골로 몸을 피했다. 인민군 역시 "내려가면 죽는다"고 해 산기슭에 집을 짓고 살다가 이듬해 초겨울 무렵 토벌작전에 걸렸다.
과거사위원회는 보고서에 "강월선과 아들 조인현(1세)은 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기재하고 모자를 모두 희생자로 확인했다.
당시 살아남은 사촌동생 등은 과거사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적등본과 족보에서 조씨의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진실규명 신청서에는 조씨의 나이가 '3세'로 돼있고 참고인 진술서에는 '2세 가량'으로 나오는 등 희생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정황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쟁중 어지러운 사정을 감안하면 조씨가 군경에 희생됐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대법원은 "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해 출생신고를 못하던 중 만 2세가 되기 전 사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엇갈리는 나이에 대해서도 "조사보고서는 다른 희생자 나이도 만으로 계산했다. 사망 당시 만 1세를 넘긴 지 오래된 무렵이어서 제3자에게는 우리나라 나이로 2세나 3세로 보였을 것"이라며 "관련자들이 나이를 다르게 진술하는 사정만으로 조씨의 희생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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