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지난 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걸 원내대표. 이제원 기자 |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은 총선 공천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던진 ‘통합’화두로 촉발된 야권 갈등은 국민의당 내분으로 ‘불길’이 번져가고 있다. 지금 여야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행태는 4년 전 이맘때인 19대 총선 때와 비슷하다. 당시 여당에선 공천을 놓고 계파간 격돌했고, 현역 의원 탈당 등 심한 후유증을 겪었다. 야권 역시 선거연대를 놓고 밀고 당기기를 수없이 했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민주당 이정희 대표가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여당의 공천 갈등과 야권 연대는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12일 통화에서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때만 되면 나타나는 것으로 한국정치의 고질적이며 구조적인 병폐”라며 “계파이익에만 매몰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당의 공천 싸움은 전형적인 권력투쟁이라고 최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정당의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이라며 “때문에 정당의 공천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새누리당 당내 파벌 투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어떤 제도든 완벽한 것이 없다”며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운영하는 사람이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개인,정파 이익에 따라 제도를 왜곡하는 것이 문제”라고 역설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최 교수는 “야권연대는 선거연합측면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의식해 이합집산 차원의 연대는 정상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정당 간의 연대는 정책이나 이념을 연결고리로 해야한다”며 “현재 야권연대 논의는 공허하게 들린다.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선거연대가 무원칙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법적, 제도적 개선 차원의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책적 공감없는 야권 연대는 몇석을 더 얻겠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연결고리에 불과해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명분과 원칙이 있는 야권 연대를 해야한다“며 “인위적으로 하지말고 선거를 통해 국민에 의해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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