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광주시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9일 130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투표를 시작한 지 사흘째(마지막날)인 11일 잠정 중단했다.
노조가 투표를 중단한 데는 광주시의 투표방해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광주가 과도한 직원 통제와 경찰력 투입, 청사 출입통제로 정족수인 과반수 투표율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오는 20일까지 투표를 중단하고 21일 재개한 뒤 4월 8일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현장투표 및 순회투표와 함께 온라인, 거수투표도 검토 중이다.
지하 1~2층, 1층, 노조 사무실이 있는 18층에 투표함을 설치하고 본청사 밖에서 근무하는 부서 조합원을 상대로는 순회 투표를 진행한다는 게 노조 방침이다.
노조 측은 “광주시는 업무시간 외 투표를 허용하고도 점심때에 도시락을 시켜먹도록 하는 등 자율적인 투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법외노조다. 현재 단위노조인 광주시노조가 전공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투표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광주시노조가 가결되면 법외노조 전환 이후 처음으로 가입하는 광역지자체가 된다. 광주시노조의 전공노 가입 투표는 2014년 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투표율이 33%에 그쳐 가입이 무산됐다.
노조의 투표기한 연장으로 광주시의 고민은 깊어졌다. 행정자치부가 전공노 가입이 ‘공무원의 노조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워 투표행위 자체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행자부가 전공노 가입 투표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투표소 설치와 투표함 순회, 투표 독려, 단순 투표 참여자까지 징계하겠다는 초강경 방침을 세웠다.
광주시는 산적한 현안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공노 갈등의 장기화로 자칫 피해를 입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투표 강행으로 공직자들의 피로감이 이미 극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갈등은 고소·고발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행자부장관과 담당 공무원 4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행자부는 비합법단체 가입을 주도한 혐의로 시노조 위원장과 사무총장, 정책기획국장, 교육국장 등 간부 4명을 검찰에 고발하며 맞불을 놓았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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