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패하고 자신감 잃은 나와 달라”
철저히 통제되는 대국 현장에서 중국규칙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대국을 지켜본 그는 “이 9단이 많은 압박을 느꼈다”며 “특히 1국에서 알파고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후이는 “이 9단이 3국에서 ‘여기서 지면 패한다’는 생각에 더 싸우기를 원했다”며 “대국을 바라보는 내내 이 9단의 투지가 느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4국에서 적절한 일격의 순간을 기다리다 ‘한방(78수)’을 날려 이겼다고 그는 강조했다.
알파고는 5개월 전보다 실력이 좋아졌다는 것이 판후이의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5대 0으로 패했던 그는 “알파고는 지금 아주 강하다. 매일 훈련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후이는 특히 “알파고는 2국에서 아름다운 경기를 했다”며 “특히 37수는 인간이 둘 수 없는 아름다운 수였다. 한 중국인 해설위원은 이 수를 보고 1시간 동안 울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판후이는 자신이 알파고를 상대했을 때 “시간에 쫓겨 실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3국까지 지고서는 자신감을 잃었다”며 “이 측면에서 이 9단은 정말 강하다. 그는 더 강하게 싸웠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고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계는 감정이 없고 바둑을 즐기지도 않는다. 기계가 굳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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