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측은 6·25전쟁 때 크게 손상된 지광국사탑을 1957년에 복원공사한 뒤 도난 위험과 안전을 고려해 사자상을 수장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추정한다. 2013년 사자상을 보존처리하면서도 문화재청이나 관련 전문가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자문하지도 않았다. 문화재청은 연구소 보고를 받고서야 홈페이지 내 문화재 소개란의 지광국사탑 항목을 “사자상은 일찍이 도둑맞아 지금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에서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로 부랴부랴 수정했다.
문화재 관리 컨트롤타워인 문화재청과 33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한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 간에 이처럼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말해준다. 중앙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로부터 넘겨받은 문화재 목록 가운데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한다. 지광국사탑 사자상 외에도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수장고에 방치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국 각지에는 우리 조상의 영혼과 슬기가 스며 있는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원형 그대로 보존해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문화재 관리가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으로 석축을 제외한 건물이 훼손됐을 때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 화성의 성벽 곳곳이 금 가거나 깨져 있다니 다른 문화재 관리상태는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문화재 주위에 폐쇄회로(CC)TV조차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다. 이제야말로 문화재 관리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문화재 보존에 관한 책임을 묻는 일부터 소홀히 해선 안 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