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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철의법률이야기] 재판은 증거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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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5 21:18:05 수정 : 2016-04-05 21: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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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알아도 판사가 모르면 패소
소송 의사 있다면 제일 먼저 증거 확보를
젊은 여자 둘이 갓난아기를 안고 솔로몬 왕을 찾아왔다. 두 여자는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했다. 솔로몬 왕은 두 여자의 주장을 듣고 난 후 “누가 아기의 어머니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니 그냥 그 아기를 반으로 갈라 나눠 가지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한 여자는 자기 주장을 거둬들이며 아기를 죽이지 말고 상대방 여자에게 주어 기르게 할 것을 호소했고, 다른 여자는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은 자신의 주장을 거둬들인 여자를 진짜 어머니로 판단해 그녀에게 아기를 돌려주고 다른 한 여자를 엄벌에 처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음 직한 ‘솔로몬왕의 재판’ 이야기이다.

솔로몬 왕은 아기의 진짜 어머니라면 비록 자신이 못 키우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아기를 해치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그런데, 만약 위 사건에서 벌을 받은 여자가 좀 더 영악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 여자가 영악했다면 평소 뛰어난 지혜로 칭송 받은 솔로몬 왕이 누가 보아도 황당한 판결을 내린 의도를 간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도 진짜 어머니인 여자처럼 아기를 죽이지 말 것을 호소하는 시늉을 했다면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위 사건이 지금의 법정에서 벌어졌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아기와 두 여자의 유전자를 감정하는 증거 방법을 통하면 간단하게 생모를 확정할 수 있다. 비록 재판장이 솔로몬 왕의 지혜를 갖추지 못했어도 구체적인 증거만 있으면 사건을 훨씬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에서 증거가 갖는 가치는 이렇듯 정말 크다. 어떤 사건을 판단하는 데 솔로몬 왕의 지혜보다 더 필요한 것이 그 사건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증거만 있다면 재판관이 솔로몬 왕만 한 지혜를 갖추지 못해도 사안을 정확히 판단해 낼 수 있지만, 그러한 증거 없이는 솔로몬 왕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에 입각해 판단하는 경우보다 오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또한 재판관 모두가 솔로몬 왕만 한 지혜를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소송에서 증거의 가치가 이같이 큼에도 막상 실제 소송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일부 소송당사자들은 별다른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말이 옳으니 자신에게 승소 판결을 내려 줄 것을 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옳은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세상 사람도 다 아는데 왜 판사는 내 말을 믿지 않느냐고 답답해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소송 당사자에게 어떤 재판장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세상 사람이 다 안들 무슨 소용이 있소. 판결할 재판장인 내가 모르는데”라고 대답했다 한다.

직업상 법률 문제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받을 때가 많다. 이 경우 필자는 사안이 그 성질상 소송을 통해서만 해결될 것이고 또한 그 사람이 소송할 의사가 확고하다면 먼저 증거를 확보할 것을 권한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야말로 재판의 처음이요 끝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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