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스’ 강민구 셰프는 “한국 고객에게 새로움을 주고 한식을 전혀 모르는 외국 손님도 재미를 느끼는 요리를 추구한다”며 “위트를 잃지 않고 식사가 즐거운 경험이 되는 요소를 넣어주는 게 셰프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은 매년 평론가, 미식가, 셰프와 경영진 등이 모여 뽑는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The World’s Best Restaurants)을 발표하는 영국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 그룹이 2013년 만들었다. ‘밍글스’는 이 상의 영향력을 실감 중이다. 하루 1, 2팀이던 외국인 손님이 요즘 10팀 정도로 늘었다. 전체 손님의 40%가 외국인이다. 바다 건너에서도 이메일 문의가 쏟아진다. 외국인 고객들은 ‘처음 느껴보는 맛’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밍글스의 요리는 보통 뉴코리안, 모던 한식으로 분류된다. 장과 식초를 즐겨 쓰며, 한식을 기반으로 창작 요리를 선보인다. 인기 디저트인 ‘장트리오’를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장트리오는 크렘브륄레 안에 된장을 넣고 간장에 조린 피칸을 넣어 만든다. 고추장을 뿌려 익힌 곡물을 이 위에 얹는다. 강 셰프는 “익숙한 재료지만 새로운 식으로 맛보는 것이 밍글스에서 하고 싶은 요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간에 미식가들의 이목을 끈 무서운 신예다. 요리사를 꿈꾼 건 오래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창작하는 게 좋았다. 대학도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로 진학했다. 군대에서는 취사병이었다. 요리학교로 유학하고 싶었지만 억대 학비가 들어간다는 말에 포기했다. 차선으로 해외 취업을 택했다. 2008년 7월 미국 호텔 인턴을 시작으로 5년간 해외에 있었다. 그가 흘린 땀의 양은 2010년 12월 세계적인 일식당 ‘노부’ 바하마 지점의 최연소 총괄셰프로 발탁된 데서도 짐작된다.
‘자영업자’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이 자리까지 온 비결로 “배우려는 열망과 생존본능”을 들었다. “해외에 2년 비자로 나가 그 시간 안에 남보다 더 배우려 했어요. 무모하게 도전하는 게 좋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대기업이 움직이는 외식시장에서 영세한 자영업 셰프가 빚을 내서 이렇게 차렸어요. 서울 비싼 동네에서 이런 규모로 하는 게 얼마나 두려운데요. 전 제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다만 요리가 재밌다 보니 푹 빠져 할 수 있었어요.”
밍글스를 찾은 날 그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미식을 추구하는 직업이지만 모순적으로 상당수 셰프들은 식생활이 엉망이다. 워낙 바빠서다. 그 역시 오후 3, 4시쯤 여분의 재료를 활용해 간단히 식사를 한다. “하루에 제대로 먹는 밥 한끼이자 가게에서 유일하게 앉아있는 15분”이라고 한다. 그는 주 6일 하루 12∼16시간을 일한다. 가족의 얼굴을 보는 건 출근 전 3∼5분이 전부다.
“셰프는 세상에서 최악의 남편이자 아빠”라는 그는 “휴일에는 자고 싶어도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했다.
“전 세상에서 제일 잔소리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주방에서 엄청 혼내요. 바쁘고 긴장되니 급한 성격이 더 급해졌어요. 주방은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해요. 사람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주는 거잖아요. 요리하는 사람은 늘 경계하고 긴장해야 한다고 봐요. 동시에 미식에 대한 쾌감을 줘야 하니 한없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는 “지금껏 요리를 괜히 했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공정함이다. 새로운 걸 만들면 바로 반응이 오는 것도 매력이다.
“집안환경이나 배경 때문에 시작부터 동일선이 아닌 직업군이 많잖아요. 요리는 그렇지 않았어요. 주방이 학교라 큰 돈이 없어도 배울 수 있었어요. 주방에서만큼은 학연, 지연, 나이, 인종 차별 없이 실력으로 평가해요.”
전력질주 뒤 맛보는 희열도 크다. 그는 레스토랑을 스포츠 경기에 비유한다. 홀과 주방이 손발을 맞춰 30명 넘는 손님을 2, 3시간 안에 무사히 맞아야 한다.
“요리는 굉장히 조직적이어야 하고 팀워크가 중요해요. 또 한 발 떨어져 전체를 봐야 하고요. 주방에서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어깨가 무겁고 짓눌려요. 에너지를 많이 쓰고 긴장하고 집중하면서 화도 많이 내니까요. 이 모든 걸 잘 끝내고 나면 희열이 찾아와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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