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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한국경제 긴급 진단] 살얼음판 걷는 한국경제… 미룰 수 없는 구조조정

입력 : 2016-04-24 18:25:18 수정 : 2016-04-24 21: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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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담돼도 메스 들 수 밖에… 신산업 육성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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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저성장흐름이 장기화되면서 불황의 고통이 우리 경제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기업들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을 부도로 내몰았던 기업부실의 망령까지 부활할 조짐이다. 세계일보는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실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세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에는 위기감이 짙게 묻어났다.

세계일보가 경제전문가 27명을 대상으로 ‘우리 경제 현안과 대안’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에는 대내외에서 쏟아지는 악재로 갈수록 증폭되는 한국경제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인구 감소와 한계에 봉착한 대기업의 기술혁신, 사회 전반의 양극화 문제까지 가세해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산업구조를 개혁해 신성장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한 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통화정책을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장기 저성장 구조 고착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연령인구의 절대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저출산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동시에 경직적인 산업구조로 인해 역동적인 혁신의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 기술혁신 동력도 약화된 상황”이라고 저성장 원인을 분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임박했고, 글로벌 저성장 기조 등으로 잠재성장률 자체도 3% 수준까지 둔화됐다”며 “구조개혁을 동반하지 않는 한 저성장 고착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재의 저성장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약화되고 중국경제 불안으로 수출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경제 성장엔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한국경제의 하강이 지속되면서 장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같이했다.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내 요인도 있지만 세계경제 둔화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크다”면서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 성장률이 3%대 이상으로 가능하다. 2%대 고착화로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고 시각차를 보였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세계경제의 성장력 약화와 맞물려 국내 잠재성장률도 2%대로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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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가시밭길 불가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아프지 않게 수술하는 방법은 없다. 칼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고 단언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해운과 조선업의 경우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라 어느 정도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업이라든가 경제에 부담 주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재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외부효과를 완화해 주면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아픈 곳을 수술하려면 진통제를 먹여가면서 수술을 해야 한다”면서 “진통제를 너무 주면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쟁력 저하인지 단기적인 경기 순환상의 수요 침체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이라면 본래 의미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수요 부족이라면 ‘산업의 생존’과 ‘경쟁력 제고’의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저성장 구조를 벗어나려면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신산업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24일 오후 국회 회동에 앞서 여의도 한 식당에 모여 점심으로 냉면을 먹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유의동 원내대변인,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더민주 김기준 원내대변인.
이제원 기자
◆여소야대 정국 속 초당적 협치문화 절실

최병호 한국재정학회장은 “행정부에서 하는 모든 일이 법과 제도로 뒷받침돼야 하고 정치권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여당의 일방적인 드라이브가 곤란하고, 야당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만큼 여야가 협력해서 경제발전과 민생 문제에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활성화 정책에 매진하려는 여당과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춘 야당이 어렵더라도 소통을 통해 여야 간 합의도출로 서로 양보하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경제부 종합 skylee@segye.com

◆취재에 도움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금융통화위원)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전 금통위원)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 △남궁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전 금통위원)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최배근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병호 한국재정학회장(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전 금통위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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