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큰 원판형 안테나를 기계적으로 회전하면서 표적을 순차적으로 탐지하는 기존 전투기 레이더 방식과 달리 AESA 레이더는 수백 개의 작은 배열 안테나를 전자적으로 고속 조향함으로써 다양한 빔 운용 모드로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는 월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항공선진국에서는 80년대부터 AESA 레이더 연구에 착수해 이미 개발을 완료했고, F-35와 같은 스텔스 전투기에 장착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F-16과 같은 4세대 전투기들도 AESA 레이더로 교체가 진행 중이다.
곽영길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전자정보공학 |
이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닻을 올렸고, 전투기의 눈인 AESA 레이더 개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에도 전담기구가 갖추어졌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올 2월 AESA 레이더 개발을 전담할 체계사업단이 신설돼 우수한 레이더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 한다. 이에 군과 정부도 레이더 비행시험에 필요한 항공기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AESA 레이더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라 처음부터 국내에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개발 위험을 낮추고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필요 시에는 부분적으로 해외업체와의 기술협력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래도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개발에 성공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나라가 한국형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11번째 개발 국가가 된다. 본 사업의 성공은 국민적 열망이며,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이고 한국형전투기의 국산화에 기여함으로써 항공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곽영길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전자정보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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