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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대통령 조기 레임덕은 국민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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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9 21:08:33 수정 : 2016-05-09 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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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8개월이나 남았는데
대선 겨냥한 포퓰리즘 우려
국내외 정세 갈수록 긴박
대통령 중심 일치단결하고
새 국회는 질투의 정치 버려야
4·13 국회의원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참패와 함께 대통령의 레임덕이 여러 언론매체에서 거론되었다.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일부 정치인은 청문회를 운운하면서 정치공세를 하려다가 여론에 밀려들어가고, 폭로정치의 냄새를 풍기는 발언이 나오는 등 여전히 국회가 한국 정치의 큰 부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선거 결과야 어떻든 정치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삶과 행복을 위하는 것이 정도이다.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여야는 독선과 분노와 질투의 정치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국회 과반수 의석을 누리고도 정국을 주도하는 데 실패한 새누리당은 결국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고, 그 속에는 이미 계파 간의 갈등이 심각했음이 총선을 통해 드러났다. 여당에 뚜렷한 리더가 없는 상황은 정국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야당인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선거승리를 기화로 성급한 대선전에 뛰어든다거나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초래하게 된다면 소비정치로 인한 손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된다. 야당의 분당이 결국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분당에 그친다면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체성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언제라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고개를 들지 모르는 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다. 레임덕은 정권 말기에 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화되거나 누수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임기가 1년8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에게 레임덕을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의 후진성을 폭로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인기상승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에 있고,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굳히고 있다. 북한 핵문제도 어디로 튈지 미지수이다. 트럼프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미국의 신고립주의로 한국과 일본도 핵무장 압박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6·25전쟁 전후만큼이나 불안정하다. 이러한 때에 여야가 함께 민생을 위하고 국력을 결집해야 하는 것은 당위이다. 어느 나라든 정권 말기에는 권력의 속성상 약간의 레임덕이 있기 마련이다. 선후진국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선진국일수록 정부여당이 큰 부정부패나 권력남용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페어플레이로 상대에게 아량을 베푸는 미덕이 있기 마련이다.

남은 대통령 임기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위기사태가 올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마다하고 한국을 위해 정치를 할 리는 만무하다. 연이어 핵실험을 선전하고 강압하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정세이다. 국가의 정체성이 확실한 선진국에서는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으로서 좌파가 진보로 통하지만, 주체성이 없는 나라에서는 좌파가 반정부 반체제의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민주주의가 쉽게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권이든, 여권이든 사회복지를 외치고 있고, 그것만 되면 나라가 잘 되어가는 것처럼 착시하게 만든다. 어떤 나라든 생산이 따라가야 복지가 지속성을 갖게 되고, 복지정책이 나라의 짐이 되지 않는다. 기업과 국가의 생산성은 자꾸 떨어지고 세계경제도 악화되고 있는데 복지타령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지극히 한국적인 좌파우세 분위기 속에서 프티 프롤레타리아(프롤레타리아를 이용해서 사회적 지위와 권력, 이익을 취하는 부류)가 정치계, 노동계 등에서 양산될까 걱정이다.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현안은 복지가 아니라 지금도 사회의 음지에서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복지부동과 연고주의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이제 새로운 큰 실험에 들어 있다. 적어도 민주주의에서 사대주의적 요소와 계급주의적 요소를 탈색시키지 않으면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통일은 물론이고 국가 장기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대학이든 눈앞에 보이는 실적과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장기투자와 연구개발투자에 인색한 편이다. 이류 국가의 모습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어딘가 자신 없는 모습이다. 우리 주변에 인재도 많고, 뛰어난 발명과 실적도 적지 않은데 그것을 발굴하고, 제대로 발전시키는 데에 인색하다. 아직도 남(선진국)이 인정해야 인정하고, 남의 결정을 기다리고, 남의 눈치를 보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모두 주체성과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다. 우리의 내면에서 받쳐주는 철학과 총체적인 문화능력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이제 국민 각자가 주인의 입장에 서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승패를 인정하고, 이긴 자는 진 자에게 아량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남이 잘못 되기를 기다리고, 모함하고, 매도하고, 질투하는 것을 버리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20대 국회에 ‘질투의 정치’를 버릴 것을 주문하고 싶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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