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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역사의창] 화폐인물과 그림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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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0 22:30:01 수정 : 2016-05-10 22: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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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대표하는 위인·예술가·영웅 망라
시대변화·사회적 합의 따라 바뀌기도
최근 미국에서 그동안 사용됐던 20달러짜리 화폐의 주인공을 바꾼다는 발표가 있었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 대신에 여성으로서 흑인의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해리엇 터브먼을 새로운 모델로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앞선 미국에서 이제까지 여성이 화폐의 주인공으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사실이 놀랍다. 우리나라도 상당한 진통이 있었지만 2009년부터 유통된 오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을 여성인 신사임당으로 하지 않았던가.

우리 화폐를 꼼꼼히 살펴보면 인물과 함께 관련이 있는 업적이나 유적지가 함께 도안이 돼 있다. 우리 화폐에는 100원권 동전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지폐에는 이황, 이이, 세종, 신사임당까지 모두 조선시대의 인물이 그려져 있다. 신사임당과 이이는 모자가 나란히 지폐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외국의 경우에도 화폐에 그려진 인물 대부분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정치가, 예술가, 전쟁 영웅 등을 망라하고 있다.

동전이나 지폐의 배경 그림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동전의 경우 앞면은 액면가가 표시돼 있고 10원짜리에는 다보탑, 50원짜리에는 벼이삭, 100원짜리에는 이순신, 500원짜리에는 학을 그려 넣었다. 지폐에는 그 인물과 함께 업적 및 연관되는 장소가 그려져 있다. 천원권의 앞면에는 이황의 초상과 함께 성균관 명륜당 건물과 함께 매화가 그려져 있다. 이황이 가장 사랑한 꽃이 매화이고, 성균관 대사성(오늘날의 총장)을 지낸 경력을 반영한 것이다. 뒷면에는 정선이 도산서원을 그린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그려져 있다. 오천원권 앞면에는 이이가 태어난 곳인 강릉의 오죽헌이 검은 대나무와 함께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어머니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그려져 있는데, 아마 오만원권의 주인공이 신사임당이 될 것을 예상했다면 다른 도안을 그렸을 것이다.

만원권 앞면에는 세종의 초상과 함께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병풍, 그리고 세종의 왼쪽에는 ‘불휘기픈 남간’으로 시작하는 용비어천가 2장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업적을 표현한 것이다. 뒷면에는 ‘혼천의’와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세종시대 과학적 성과들이 그려져 있다. 오만원권 지폐 앞면에는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함께 그녀가 먹으로 그린 포도 그림과 초충도 중에서 가지 그림을 넣었다. 뒷면에는 신사임당과 동시대를 살았던 어몽룡의 매화 그림과 이정의 대나무 그림이 보인다.

이처럼 지폐에는 인물의 초상화와 더불어 인물과 관계된 작품이나 연고지를 새겨 넣었다. 우리나라나 외국을 막론하고 새로운 화폐가 만들어지는 경우 그 주인공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우리의 경우에도 오만원권 주인공을 둘러싸고 김구, 광개토대왕 등 여러 후보가 거론됐으며, 여성으로 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신사임당, 유관순, 김만덕, 선덕여왕 등이 경합을 벌였다. 유럽연합(EU)의 공동 화폐인 유로화의 경우 어느 나라의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대신 시대별로 유럽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지폐의 도안으로 삼기도 했다. 시대의 변화나 사회적 합의에 따라 화폐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미래에는 어떤 인물과 장소가 화폐의 주인공이 될지가 궁금하다.

신병주 건국대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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