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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착취대상' 이상봉 디자이너, 열정페이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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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1 14:56:57 수정 : 2016-05-11 1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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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대국민 사과는 무엇이었습니까? 이대로 무책임하게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지사 앞. 배트맨이 나타나 이상봉 디자이너를 뿅망치로 벌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2014년 청년착취대상’을 수상한 이상봉 디자이너가 ‘열정페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 패션노조·알바노조·청년유니온이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앞에서 패션노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장이 열정페이 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퇴임했다”며 이회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2016.05.11./하상윤 기자
앞서 2014년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 정직원은 110만원의 급여(야근 수당 포함)를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청년유니온과 패션노조는 지난해 1월 이상봉 디자이너를 청년착취대상 수상자에 선정했다. 이에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문제 해결과 대안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이날 “열정페이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 회장이 1년 전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밝힌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영된 3자 협의체(3개 청년단체·전순옥 의원실·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파행 끝에 결과물을 남기지 못하고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고 비판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앞에서 패션노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장이 열정페이 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퇴임했다”며 규탄하고 있다./2016.05.11./하상윤 기자
이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의 중재로 ‘패션디자인업계 노무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3자협의회’가 구성됐다.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선언과 공청회, 6차에 이르는 실무회의 등이 진행됐고 이에 대한 결과물로 ‘패션디자인분야 종사자들의 고용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설문조사는 향후 열정페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주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양식을 만든 뒤 전문가 감수를 받고 연합회의 검토까지 거쳐 마련된 설문조사는 완성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됐지만 응답률이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패션디자이너업체의 84%가 평균 2.8명의 임시·계약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협의체는 연합회 소속 디자이너가 약 300명임을 감안할 때 1000명이 넘는 표본을 통해 보고서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응답자 수는 25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앞에서 패션노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장이 열정페이 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퇴임했다”며 규탄하고 있다./2016.05.11./하상윤 기자
문제는 설문 방식이었다. 연합회가 회원 디자이너들에게 설문지를 발송해 직원에게 전달하도록 한 바람에 디자이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의 설문 응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설문조사를 다시 진행하려는 연합회 측의 노력이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지난 3월 패션위크가 진행돼 연합회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고, 4월 이후에는 총선과 업무 등으로 전 의원 측의 일정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날인 10일 연합회 임시총회를 끝으로 이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됐다. 청년단체 측에서 ‘이 회장이 시간만 끌며 회피했다’는 반발이 나온 배경이다. 임시총회에서는 후보 3명 중 새 회장이 선출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파행돼 연합회는 향후 1달여 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사실상 운영회가 행정력을 상실한 상태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앞에서 패션노조,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장이 열정페이 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퇴임했다”며 이회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2016.05.11./하상윤 기자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관계자는 “오랜 협의와 노력의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열정페이 문제는 비단 패션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인 만큼 향후에도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전 의원의 임기 또한 이달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만큼 협의체는 이대로 파행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김준영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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