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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개혁, 프랑스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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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7 18:06:21 수정 : 2016-05-17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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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정부가 경직된 노동시장 대수술
정부가 강력한 의지 갖고 관철해야
며칠 전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좌파정당 사회당 대통령의 조치라고는 믿기 힘든 급진적인 노동개혁을, 그것도 긴급명령을 통해 전격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실업률이 10.4%, 청년실업률이 25.7%에 달한 가운데 해고의 경직성으로 신규취업자 80%가 3개월 미만 임시직으로 드러나는 등 노동시장 경직성에서 오는 폐해가 심각해지자 전격적인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올랑드는 종전 주 35시간이던 근로시간을 최대 6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투자위축으로 오히려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랑스는 특히 기업이 수주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새로운 기술이나 경영환경에 직면할 때 해고를 가능하도록 해 해고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고용안정성이 취업기득권층의 고용경직성만 높여 오히려 단기 임시직만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개혁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한국의 고용사정도 프랑스 못지않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2~4월 3개월 연속 10%를 상회하고 있다. 15~29세 청년 경제활동인구 448만명 중 실업자 구직 단념자 취업준비생 등 체감실업자는 149만명으로 체감실업률이 33%에 달하고 있다. 그 결과 임금근로자 1947만명 중 임시직 일용직이 656만명에 달하고, 상용직은 1291만명에 그치고 있다. 자영업자 669만명 중 400만명 정도는 혼자서 하는 영세 자영업자다. 이런 가운데 취업기득권층의 고용경직성은 철옹성 같다. 이제 노동유연성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은 추락이냐 반등이냐 기로에 선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기업구조조정도 노동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일반 해고지침은 저성과 평가를 받은 근로자가 직무능력향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후 다시 저성과를 받은 경우로 해고를 한정해 사실상 해고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올해부터 도입된 정년 60세 제도는 신규청년취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변경이 지침으로 제시됐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나마 저성과자 해고와 일반 취업규칙 변경은 지침으로 돼 있어 소송남발 등 노동시장 불안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회에 상정된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를 위한 고용보험법, 출퇴근 재해보상제도 도입을 위한 산재보험법, 고령자 고소득직 전문직 등 파견업무 확대를 위한 파견근로자법 등 노동4법은 이달 말로 마감하는 19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양보해 남은 4법 중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은 근로자를 위한 법 개정이고, 파견법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신규 일자리 9만여 개가 창출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도 여야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동개혁 전체가 무산될 위기다.

이와 함께 생산성 향상과 신규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 도입도 공공기관마저 도입이 저조한 실정이다. 호봉제로 장기근속자 보수가 생산성과 무관하게 과도하게 많아 신규고용 여력을 잠식하고 장년들 조기퇴직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취업기득권층의 완강한 저항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난항에 직면해 있다.

2014년 8월부터 1년을 끌다 지난해 9월 어렵게 이끌어낸 노사정 합의도 지난 1월 한노총의 일방적인 파기로 휴지조각이 됐다. 애당초 개혁 대상인 노조가 개혁 주체가 돼서는 개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제 영국 대처, 독일 슈뢰더, 프랑스 올랑드처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노동개혁을 관철하는 길밖에 없다. 지침으로 돼 있어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양대지침도 법제화해야 하고 경영권과 노동권의 균형회복과 생산현장의 안정을 위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인정하고 있지 않은 파업 중 대체근로제도 도입해야 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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