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총리가 20일 회의 직후 추경 편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점검회의에서도 야당은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와 현물출자를 병행 검토하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선 입장차가 여전하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발권력 동원은) 국민투표를 거치든지 국회 의결이든 성명서든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게 국민적 합의”라고 잘라 말했다. 한은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발권력 동원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구조조정도 난제 중 난제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현재 조선업계에서 인력이 100이면 될 게 150 수준”이라며 “또한 3분의 2가량은 고용계약이 아니라 일감으로 관계가 이뤄지는 외주·협력업체여서 고용조정이 (구조조정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칫 인력감축 등 실업문제가 정치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이 최근 박근혜정부의 ‘3기 경제팀’에 새로 합류한 것도 변수다.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구조조정을 역설해온 강 수석이 보다 적극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구조조정 작업에서 메스를 들이댈 ‘집도의’와 훈수꾼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내년이면 대선 정국이라 힘들고, 올해 말까지 구조조정을 완료해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조동근 교수도 “기업 구조조정은 절대로 정치 문제로 연결하면 안 된다. 경제논리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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