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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카드사에 수천억 수수료…한국은 왜 봉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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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6 16:47:42 수정 : 2016-05-26 22: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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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제카드사인 비자(VISA)카드가 중국과 일본은 제외한채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해외이용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한 사실<세계일보 25일자>이 알려진 후 국제카드사의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실 비자카드가 해외이용수수료를 10% 올리는 것 자체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습니다. 국내 카드 고객이 해외에서 결제할 때 비자의 결제망을 이용하는 만큼 그 대가로 수수료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수수료를 올려야 할 합당한 근거가 있다면 인상하는 것 역시 비자카드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비자카드가 아시아 주요국 중 유독 한국에서만 해외이용수수료와 기타수수료 등을 10%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는 불만이 나올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국제카드사가 걷어가는 로열티, 즉 수수료를 들여다보면 더 큰 문제는 ‘국내이용수수료’입니다.

◆국내에서 카드 쓰고도 비자, 마스터에 수수료 내야

해외이용수수료는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카드사들이 해외에 깔아놓은 결제망을 쓰는 대가로 지불하지만 국내이용수수료는 국내에서 BC카드, 신한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이 깔아놓은 결제망을 쓰면서도 국제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입니다.

즉 비자나 마스터 로고가 찍힌 국내외겸용 카드를 쓰면 국내에서 결제를 하더라도 이용금액의 0.04% 정도를 국내카드사가 국제카드사에게 로열티로 지불해야 합니다.

해외이용수수료의 경우 카드고객이 결제금액의 1%, 카드사가 0.2%를 별도로 부담하지만 국내이용수수료는 카드사만 부담합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지불한다고 해도 결국 카드의 부가혜택이나 서비스를 줄여서라도 비용을 마련해야 하므로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부담이 전가되는 것입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카드사에 해마다 지불하는 수수료가 2000억원에 육박한데 이중 국내이용수수료의 비중이 60%가 넘습니다. 2014년 기준 국제브랜드사들이 챙겨간 총 수수료는1940억원이고 이중 1062억원이 국내이용수수료 입니다.

◆불합리한 수수료 문제 해결하려 하자 ‘통상마찰’ 문제제기

이 때문에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돼왔습니다. 그러나 국제카드사들은 “비자, 마스터 브랜드를 이용한 만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며, 국내에서 마케팅도 지원하고 있다”며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시절 국내이용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직접 나섰습니다. 국내 전용카드, 즉 비자나 마스터 로고가 없는 카드의 발급 비중을 높이도록 카드사를 독려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카드를 발급받을 때 해외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국내외 겸용 카드를 발급받아 불필요한 수수료가 줄줄 새고 있으니 해외겸용 카드는 한 장만 만들고 평소에는 국내전용 카드를 써서 국제카드사가 챙겨가는 국내이용수수료를 아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이용수수료 부과 체계가 불합리하다고 따져봤자 절대적인 갑을 관계에서 비자나 마스터가 들어줄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으로 주요 국제 카드사가 수취하는 총 지급수수료 중 국내이용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0%에서 2013년 61%로 감소했습니다.

그러자 미국대사관이 나서 금융당국에 문제제기를 해왔다고 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 국제카드사가 미국대사관을 앞세워 통상 마찰 이슈를 강하게 제기했다”며 “소비자 부담 완화 차원에서 국내이용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처럼 적극 나섰던 금융당국도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카드산업 발달한 한국, 국내이용수수료 왜 내야 하나

국내이용수수료 논란에 대해 비자카드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해외이용수수료를 차별적으로 인상하면서 비자가 내놨던 설명처럼 국내사용수수료도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유럽 일부 국가 등은 비자가 가맹점이나 결제망을 직접 깔아 결제 업무에 직접 관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카드산업이 워낙 발달해 국내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결제망을 깔고 가맹점을 관리하고 있어 결제 프로세싱 업무에 비자가 전혀 기여하는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단지 비자라는 브랜드 파워 때문에 국내이용수수료를 걷어간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카드 고객들은 대부분 카드의 부가혜택을 보고 선택하지 비자냐 마스터카드냐에 따라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제카드사들이 통상마찰 이슈까지 들고나오며 강력 반발했던터라 금융당국은 “비자와 국내 카드사간, 민간기업간 문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며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국내이용수수료 부과가 불합리하고, 해외이용수수료 인상이 과하다고 해도 그동안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며 “해외에서 비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결국 이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을 개선할 길은 현재로선 소비자들에게 달린 것 같습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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