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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DIY 작은 집… 삶은 줄이고 꿈은 키운다

입력 : 2016-05-27 10:00:00 수정 : 2016-05-26 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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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나를 위한 집
‘Hi–I’m Hank and I bought a Bus!’ 졸업작품으로 스쿨버스를 개조한 행크 부티타
# 나의 집은 어디일까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결혼식에 축가를 불러주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무척 많은 예비부부가 그 이벤트에 응모했고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결혼식을 찾아가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장면을 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웃다가 울면서 보았다.

사실 그런 ‘기획’이 덧붙여지지 않더라도 결혼식이란 그 자체로 그저 행복한 날이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예기치 못했던 몇 가지 즐거운 이벤트가 있었다. 결혼식 날 축하 연주를 해주기로 한 후배가 알고 보니 색소폰을 배운 지 두어 달밖에 되지 않아 음을 계속 틀려가며 연주를 해서 실소를 자아냈던 일, 식장이었던 곳이 공원이라 마침 소풍을 온 여학생들이 몰려들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렬한 환호를 해주던 일, 사실은 주례 없이 한 결혼인데 꽤 많았던 하객 중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던 일…. 그 후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주변에서 우리만큼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결혼식을 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스미스는 커다란 트레일러에 근처 대형마켓에서 재료를 구입하여 집을 짓기 시작한다.

살아가며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결국 비슷한 것이긴 한데 그 가짓수가 무척 많다. 사람들은 왜 똑같은 방식의 결혼식을 고집할까. 사람들은 왜 모두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닐까. 사람들은 왜 모두 같은 얼굴을 만들고 싶어 할까. 사람들은 왜 아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키울까. 사람들은 왜 똑같은 집(아파트)에서 살까. 사람들은 왜….

이런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평균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할까. 가령 우리가 조금 다른 방식의 결혼식을 하면 결혼생활에 지장이 오는 걸까. 가령 우리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면 아이의 미래가 어두워질까.

간혹 가장 평균적인 삶을 살고 있다 싶은 사람에게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대체로 두 가지의 상반된 대답이 나온다. 아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그걸 몰라서 묻느냐며 반문하거나, 혹은 “물론 나도 그게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는 있다. 그런 평균적인 삶이 신분의, 사상의, 주거의 자유가 보장된 현대 민주시민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대체 왜들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크리스토퍼 스미스의 작은 집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그의 마음과 생각을 담은 그의 분신과도 같은 집이다.

결국 그런 생각과 생활의 모습이 그들의 삶을 담는 집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우리의 집을 이루는 많은 것들은 자신들의 의지나 자신들의 취향이라기보다는, 동시대 여러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의거해서 구성된다. 집의 크기, 거실의 구성, 침대의 배치, 텔레비전의 크기와 위치, 부엌 싱크대의 크기와 재질과 색상 등등….

우리는 모두 누군가 내려주는 지침을 기다리다가 지침이 내려지면 열심히 수행할 뿐이다. 그리고 그 지침은 때로는 유행하는 드라마나 예능의 주인공이 사는 집일 수도 있고, 잘 팔리는 잡지의 스크랩이나 포털 메인에 매일 오르는 화려한 사진 이미지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이 자신의 취향과 자유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조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평균적인 집’이 아닌 ‘나만의 집’ 혹은 ‘나를 위한 집’을 짓고 싶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행이면서도 당연한 일이다 싶은 것이 가족 구성원도 달라지고 평균수명 대비 은퇴시기도 빨라지고 자녀에 대한 교육관도 조금은 달라진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서의 보편적인 집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한, 나만의 삶에 적합한, 내 몸에 맞는 집을 꿈꾸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 나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

‘Hi?I’m Hank and I bought a Bus!’ 홈페이지를 열면 대뜸 이런 글이 큼지막하게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가로로 긴 사진이 나오는데, 석양을 등지고 역광으로 찍은 사진 가운데 버스가 나오고 그 위로 한 사내가 올라서 있다. 주소도 직설적으로 ‘hank bought a bus’(http://www.hankboughtabus.com/)이다.
철거한 농구장의 마루재를 싸게 구입하여 버스의 내부를 꾸미고, 화장실과 부엌과 침대와 책상을 갖춘 약 7평의 움직이는 집을 완성했다.

행크가 버스를 샀다는데…. 그래서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미네소타 대학에서 건축학 석사과정 졸업을 앞둔 행크 부티타(Hank Butitta)는 고민에 빠진다. 애초 계획은 할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땅에 오두막을 지어 졸업 작품으로 제출하고자 했는데 법률적인 문제로 실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보통 건축대학에서의 과제나 졸업 작품은 실제 사용이 가능한 건축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와 개념을 구체화하는 정도의 계획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행크 부티타는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으로, 존재할 수 없는 건물의 도면을 그리는 것이 싫었고 그래서 작더라도 자신이 직접 짓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그는 사용한 지 오래되어 폐기하려는 스쿨버스를 3000달러에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동생과, 의기투합한 몇 명의 친구들과 15주 동안 버스를 개조한다. 철거한 농구장의 마루재를 싸게 구입하여 버스의 내부를 꾸미고, 화장실과 부엌과 침대와 책상을 갖춘 약 7평의 움직이는 집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집이 된 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그 과정을 그의 홈페이지에 기록했다.

‘집’이란 말은 구체적인 공간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또한 추상적 개념이기도 하다. 사람은 집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일생을 마친다. 또한 집은 자신이 살았던 구체적 공간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보편적이고 선험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집이라는 것은 실제의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안식처이자 최종의 목적지라는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집은 대부분 한곳에 고정되어 있고, 자꾸 우리는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행크의 움직이는 집은 어딘가로 찾아가는 집일 것이다. 그게 모든 공간에 있는 보편적인 집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집은 단지 머물고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부를 키워나가는 화수분이기도 하다. 현대의 많은 집들이 그렇게 오염되어 있다. 토지를 구입하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 그리고 그 토지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부가 커나간다. 그래서 집을 살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건물 가격은 없고, 땅값이에요.”

집이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땅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이다. 그로 인해 잠시 재산이 증가한다고 착각하고, 사람들이 모두 집을 마련하는 일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거품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나팔소리의 잔향이 채 꺼지기도 전에 미국에서 그런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집으로 재미를 보고자 했던 사람들은 결국 모두 집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해일에 휩쓸린 사람들처럼 표류하게 되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각성의 소리 또한 들려오기 시작했다.

# 작은 집에 산다는 것

우리는 몇 년 전 충남 금산에 아주 작은 집을 지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생각을 책으로 엮기도 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작은 집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우리의 이야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작은 집에 산다는 것(TINY : A Story about Living Small)’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스미스(Christopher Smith)와 므렛 뮐러(Merete Mueller)

그러나 곧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의 공급과잉과 시장의 왜곡으로 인한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동안 우리가 미친 듯이 달렸던 집에 대한 잘못된 욕망에 반성이 일어났다.

“왜 우리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몸집을 불리고 과체중으로 인한 부작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문장은 우리의 식생활에서부터 주거 생활까지 모두 적용되는 현대의 하나의 정신이며 징후와도 같은 것이다.

도무지 반성이나 성찰이 없이 사회에서 정해주는 방향으로 달리기만 해왔던 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다. ‘작은 집에 산다는 것(TINY : A Story about Living Small)’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우리는 그 영화를 다큐영화제에서 보았는데, 작은 집을 지었다는 대수롭지 않은 경력으로 그 영화가 개봉될 때 관객들과 대화하는 GV에 참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스미스(Christopher Smith)는 영상을 전공하고 그래픽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약혼자인 작가 므렛 뮐러(Merete Mueller)와 같이 살 집을 구하고 있다. 그는 도시에 살고 싶어하는 므렛을 설득하여 넓은 초원에 직접 집을 지어 살겠노라 결심한다.

영화는 그가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한 시간가량 느리게 흘러간다. 그는 모눈종이에 아주 단순한 박공지붕 집의 평면과 입면을 어눌하게 그리고 ‘TINY’라고 쓴다.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집의 크기는 19피트×7피트이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대략 5.8미터×2.1미터 정도 되니, 약 12.2평방미터(3.7평) 정도 되는 아주 작은 크기이다. 그 안에 거실과 부엌과 화장실이 있고, 지붕면 아래로 작은 다락방을 설치하여 침실로 활용하는 계획이다. 커다란 트레일러에 근처 대형마켓에서 재료를 구입하여 집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이사이 미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이야기,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집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집의 의미에 대한 각성이 생겨나고 작은 집을 짓는 운동이 펼쳐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물질에 대한 반성에서 정신적인 운동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중이다.

집을 처음 짓는 크리스토퍼는 예정보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집을 완성하고, 트레일러에 싣고 가서 넓은 초원의 한 지점에 집을 내려놓는다. 전기는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올려 만들어내고, 작은 물탱크와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변기를 설치한다. 즉 그 집은 외떨어져 있지만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곳이며, 그의 마음과 생각을 담은 그의 분신과도 같은 집이다.

장엄하고 엄숙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집이란 자기의 완성이라는 말이 그저 너무 뻔한 수사만은 아니다. 실제로 집은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다. 남이 가져다주는 나의 삶이 아니며 남이 그려주는 나의 삶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지어나가는 것이다.

버스를 개조하여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며 삶을 담아 보고자 하는 행크나 스스로 공부해서 집을 만들어 초원 위에서 시작하는 삶을 만들어간 크리스토퍼나,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신의 집이었을 것이다.

가온건축 공동대표·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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