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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혼자라 어깨 무겁지만 ‘톱10’에 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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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7 21:28:52 수정 : 2016-05-28 01: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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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근대5종 출전하는 한국 유일의 여자대표 김선우 “근대5종 선수만이 올림픽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종목으로 근대5종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등장한 근대5종은 한 선수가 권총사격-펜싱-수영-승마-크로스컨트리 등 5종목 경기를 단 하루에 겨룬다. 따라서 강인한 체력은 필수이며 집중력, 판단력, 지구력 등을 고루 갖춘 ‘만능 스포츠맨’이어야만 성적을 낼 수 있다.

근대 5종 국가대표팀 김선우가 리우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제현 기자
남자 선수들도 힘겨워하는 마당에 여자 선수는 체력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근대5종에 한국 여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유일한 선수가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부 개인전에서 준우승해 한국 여자 선수로 유일하게 리우 올림픽 근대5종 출전 티켓을 획득한 김선우(20·한국체육대)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에서 그를 만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근대5종은 19세기 군인의 전쟁기술에서 가져온 경기인 만큼 거친 운동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런 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치고는 김선우는 하얗고 앳된 얼굴에 수줍음이 많은 소녀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 수영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또래보다 좋은 체력으로 수영장을 누비던 그를 트라이애슬론 관계자가 눈여겨보고 운동을 권했다. 이후 보다 많은 종목에 도전하고 싶어 과천중 3학년 때 근대5종으로 전환했다. 김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 슬럼프도 있었다. 한때 힘든 운동을 왜 해야 될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하지만 국제 대회서 성과를 거두면서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근대 5종 국가대표팀 김선우가 지난 19일 한국체육대 운동장에서 크로스컨트리 연습을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김선우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근대5종 한국 여자선수의 최고 기록(24위)을 세운 양수진을 제치고 리우 올림픽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1년 8월 제30회 전국선수권대회 여중부 근대3종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김선우는 2012년 9월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25위, 계주 6위, 단체전 8위에 오르며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근대5종 한국 대표팀 최연소로 참가해 양수진, 정민아, 최민지와 함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던 막내가 이제 혼자 힘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낼 만큼 성장한 셈이다.

김선우는 늘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들 대신 홀로 올림픽에 나가게 돼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꾸준히 뒤에서 응원해주는 선배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생각이다. 그는 “언니들이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해 심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며 “모든 근대5종 여자 선수들을 대표해 나가는 만큼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워보겠다. 최소한 상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태릉선수촌엔 대표 선수들이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근대5종 선수들은 입촌할 수 없는 처지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종목인 승마를 연습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주말마다 경북 문경에 위치한 승마장에서 연습하고 주중에는 한국체대에서 나머지 종목을 훈련한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훈련하느라 체력 소모는 물론이고 한국체대에서도 다른 종목 선수들과 겹치지 않게 연습 일정을 잡아 경기장을 써야 해 불편이 많다. 김선우는 “승마장이 멀어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해 속상할 때가 종종 있다”며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 불평하지 않고 훈련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우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은 사격이다. 대회에서 다른 종목은 중위권에 머물지만 권총사격과 3㎞ 크로스컨트리를 동시에 해야 하는 콤바인에서 정확하고 빠른 사격으로 시간을 단축해 준수한 성적을 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한 크로스컨트리는 고민거리다. 김선우는 폴란드와 러시아 등 근대5종 강국인 유럽 선수들에 비해 뒤처지는 크로스컨트리 기록을 만회하기 위해 근지구력 향상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올림픽이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 김선우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근대5종을 올림픽을 계기로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땀방울을 기꺼이 쏟을 생각이다. 김선우는 “일반인에게 내 이야기를 할 때 무슨 종목인지 일일이 설명해야 할 때가 많다. 근대5종은 종목이 많은 만큼 박진감이 넘치고 보는 즐거움이 배가되는 경기다. 국민이 성원해 주신다면 올림픽에서 떨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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