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종목으로 근대5종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등장한 근대5종은 한 선수가 권총사격-펜싱-수영-승마-크로스컨트리 등 5종목 경기를 단 하루에 겨룬다. 따라서 강인한 체력은 필수이며 집중력, 판단력, 지구력 등을 고루 갖춘 ‘만능 스포츠맨’이어야만 성적을 낼 수 있다.
근대 5종 국가대표팀 김선우가 리우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근대5종은 19세기 군인의 전쟁기술에서 가져온 경기인 만큼 거친 운동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런 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치고는 김선우는 하얗고 앳된 얼굴에 수줍음이 많은 소녀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 수영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또래보다 좋은 체력으로 수영장을 누비던 그를 트라이애슬론 관계자가 눈여겨보고 운동을 권했다. 이후 보다 많은 종목에 도전하고 싶어 과천중 3학년 때 근대5종으로 전환했다. 김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 슬럼프도 있었다. 한때 힘든 운동을 왜 해야 될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하지만 국제 대회서 성과를 거두면서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근대 5종 국가대표팀 김선우가 지난 19일 한국체육대 운동장에서 크로스컨트리 연습을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김선우는 늘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들 대신 홀로 올림픽에 나가게 돼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꾸준히 뒤에서 응원해주는 선배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생각이다. 그는 “언니들이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해 심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며 “모든 근대5종 여자 선수들을 대표해 나가는 만큼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워보겠다. 최소한 상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선우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은 사격이다. 대회에서 다른 종목은 중위권에 머물지만 권총사격과 3㎞ 크로스컨트리를 동시에 해야 하는 콤바인에서 정확하고 빠른 사격으로 시간을 단축해 준수한 성적을 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한 크로스컨트리는 고민거리다. 김선우는 폴란드와 러시아 등 근대5종 강국인 유럽 선수들에 비해 뒤처지는 크로스컨트리 기록을 만회하기 위해 근지구력 향상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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