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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파괴적 혁신’ 넷플릭스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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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08 20:50:16 수정 : 2016-06-08 20: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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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업 접고 과감한 변신
기업이 지켜야 할 것은 가치와 목표
얼마 전 미국 언론은 일제히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올가을부터 북미 지역에서 디즈니의 영화를 독점으로 상영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을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 온 넷플릭스가 드디어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콘텐츠 시장의 파괴적 혁신을 이끄는 리더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식이다.

4차 산업혁명의 태동기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는 기존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는 파괴적 혁신의 범람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동적인 사업 환경 속에서 기존 기업이 종전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며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GE나 IBM은 초기 비즈니스 모델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함으로써 10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시장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뒤바꾸고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신도 제대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넷플릭스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신 전략을 통해 파괴적 혁신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모범 답안 중 하나이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초기의 넷플릭스는 우편을 통한 DVD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 서비스 업체였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를 위해 매장에 방문하고 연체료를 내야 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우편으로 대여·반납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의 오프라인 대여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던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해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월마트, 블록버스터 등 대규모 자본의 거대 기업 진출로 인해 DVD 대여 산업은 더 이상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넷플릭스는 자칫 기존의 강점인 DVD 대여 유통망을 파괴할 수도 있는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과감한 진출을 단행했다. 그 결과 오늘날 전통적인 오프라인 대여 시장을 파괴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금 넷플릭스는 윈도 PC, 매킨토시, 애플TV, 아이패드, 아이폰, 구글TV 등 다양한 시청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변신 전략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신들의 고유한 사업 목표를 고수하는 반면 이전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적인 자원을 포기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사실 넷플릭스라는 이름 자체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창업 초창기부터 이미 유통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인터넷을 활용해 영화 서비스를 보다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명확한 사업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비록 DVD 우편 배달 서비스가 넷플릭스에 큰 성공을 가져다준 핵심 자원이기는 했지만, 이는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사업 목표를 위한 단기적인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실 많은 기업이 변신을 시도할 때 자신들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핵심 자원을 버리는 데 주저해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새롭게 진출하고자 하는 사업을 선택할 때에도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분야로의 좁은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른바 ‘능숙함의 덫'에 빠지곤 한다. 더군다나 새로운 사업이 이 기존의 자원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이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비디오 대여 업체나 케이블TV 사업자 역시 이미 초고속 인터넷망의 기술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상황에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신들의 현재 사업을 와해시킬 것을 우려해 발 빠른 선택을 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교훈을 통해 파괴적 혁신이 범람하는 현대 산업에서 핵심 자원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현재의 핵심 자원이 아닌 그들 고유의 가치이자 목표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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