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동결 때마다 저성장 추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 만큼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 완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체질 개선을 통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고집으로 버텨왔다. 그런 한은이 9일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에서는 ‘깜짝 인하’라는 반응이 빗발쳤다. 한은이 신임 금통위원 4명의 가세 후 경제성장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 쪽으로 행보를 넓혀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쏟아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한은이 이처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 동참함에 따라 시장 관심은 추가 인하 여부로 쏠린다. 지난 4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최대 2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권영선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진이 하반기에 더 심화할 것”이라며 오는 10월 기준금리가 연 1.00%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현재 기준금리를 0.25~0.50%로 유지하고 있으나 연내 한두 번의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1%포인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추가 인하 여력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실효하한선’을 예로 들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여서 자본유출 위험이나 국가 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금리를 내려 (선진국과 격차가)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쉬워지는 만큼 지난 3월 말 기준 사상 최대치인 1223조7000억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으로 남아있다.
이날 동부증권은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내린 만큼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예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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