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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경찰인 내게도 이러는데… 일반인은 오죽하겠나"

입력 : 2016-06-12 19:41:32 수정 : 2016-06-14 01: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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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후보생 아들의 퇴교 처분 부당함 호소하는 아버지
“군은 제가 경찰관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법 집행기관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대하듯’ 하니 말문이 막힙니다.” 경찰 간부인 A씨는 3년 전부터 군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아들 문제를 놓고서다. 경찰 경력 25년차인 A씨는 국가를 위해 함께 고생하는 군, 소방 등 제복 공무원을 보면 늘 ‘식구’처럼 여겼다. 하지만 아들이 군에서 난데없는 일을 당한 이후로는 생각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경찰관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일반 국민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다. 국민의 법적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며 사건 실체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A씨. 그는 “파면 팔수록 새롭게 나타나는 군의 병폐들을 보면서 싸움을 멈출 수가 없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A씨 부부가 부사관 후보생 양성교육을 받던 아들과 함께한 모습.  
A씨 제공
 ◆‘도둑 누명’에 집단폭행 당한 아들

2013년 8월20일 경기도 광주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특수전교육단(특교단). 특전사 부사관을 꿈꾸며 이곳에서 후보생 교육을 받던 아들이 퇴교 처분을 받았다. 군이 밝힌 사유는 인성 결여와 규정 위반. 부사관 임관을 위한 15주 교육일정 가운데 13주를 넘겼고 수도권 모 공수여단으로 자대배치까지 받은 시점이었다. A씨는 안타까움과 함께 크게 상심했을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이튿날 아들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동기생 8명이 전날 금품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아들을 지목, 3시간 동안 내무실에 가둔 채 폭행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것이었다. 퇴교 예정인 동기생에게 절도 혐의까지 씌우려 했다. 그러나 아들은 훈육관 조사를 통해 사건과 무관함을 확인받은 상태였다. A씨는 곧장 육군본부 헌병실에 이를 신고했다. 며칠 후 군은 아들을 감금폭행한 8명 중 범행을 인정한 4명에 대해 퇴교 처분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2014년 9월 군에 정보 공개를 명령한 데 이어 2015년 8월 ‘2주 안에 공개하라’고 독촉하는 명령의 문서.
◆“무혐의 처분, 기각의 연속”

나머지 4명은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육군 하사로 임관했다. A씨는 “군 검찰은 당사자 진술이 엇갈리는데 대질신문과 같은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군은 시간만 끌더니 무혐의 처분했다”고 항의했다. 군사법원법(298조)에 따르면 군 검찰은 ‘고소·고발에 따라 범죄를 수사할 때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군 검찰은 7개월이 지난 2014년 4월 가담자 4명과 지휘 책임자들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A씨는 “4명의 진술서만 봐도 아들을 감금한 상태에서 협박과 모욕을 한 것이 확인된다”며 “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1항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이 타당한데 군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행정심판에 대한 특교단의 답변서와 불기소 이유 통지서 등을 통해 확인했다.

A씨는 고등군사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고등군사법원은 ‘재정신청서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항고의 절차에 준해 신청을 기각하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A씨는 “군 법원이 1년6개월이나 지나 군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되풀이하며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들의 퇴교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심판도 진행했지만 기각됐다. 아들 동기생들 증언에 따르면 집단 따돌림의 정황이 있어 처분 과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정보공개’ 명령까지 묵살하는 군

군을 상대로 한 진실 확인 또한 험난했다. A씨는 2014년 9월 특교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비공개 결정 통지가 왔다.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특교단은 7일 이내에 결과를 회신하도록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어긴 채 답신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이행청구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15년 6월 ‘정보를 공개하라’는 인용재결을 받아냈다. 행심위는 행정기관으로부터 침해된 국민의 권익을 구제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하지만 군은 행심위의 ‘2주 이내 청구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독촉 공개명령까지 묵살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1월 특교단을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을 진정으로 변경하더니 ‘고의로 직무를 방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종결처리했다. A씨는 “고소는 이런 범죄 혐의를 살펴 처벌해 달라는 개념이고, 진정은 이런 의혹을 살펴 달라는 제보 개념”이라며 “고소사건을 내사로 종결한 군 행태는 ‘제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씨는 뒤늦게 도착한 특교단의 답변서에 허위 사실이 포함된 정황을 잡고 다시 한번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검찰단에 고소한 뒤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A씨는 “아들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군 사법체계가 이렇게까지 황당한 줄은 몰랐다”며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한 공무원으로서 이제는 사명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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