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능력 가를 중요한 역량 1995년 미국 상무성은 저 유명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보고서를 발표했다. 컴퓨터, 인터넷 등에 대한 접근가능 여부 때문에 사회계층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된다는 내용이다. 20년이 지났다. 올해 5월 31일 미래부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이동전화 가입자는 5960만명이다. 이 중 4500만명이 이동통신(LTE) 스마트폰 가입자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 인구가 5062만명이니,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컴맹’으로 인한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알파고 쇼크 이후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교육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래 디지털사회에서는 코딩 능력이 사회계층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는 것을 ‘코딩’이라 한다. 우리가 한글이라는 언어로 작문을 하듯,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컴퓨터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것이 코딩이다. 코딩을 통해 컴퓨터가 할 일을 모아 놓은 것을 우리는 소프트웨어라 한다. 소프트웨어가 비행기, 자동차를 운전하고 발전기를 제어한다. 스마트폰을 구동하고 냉장고, 세탁기를 돌린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
올해 1월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기술 발달로 2020년까지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발표됐다. 정말 소프트웨어 기술 발달이 일자리를 증발시킬까. 1700년대 말 증기기관 발명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암울한 예측이 난무했다. 육체노동 직업은 모두 기계로 대체될 것이며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촉발시켰고 유례 없는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1940년, 1950년대 포드, GM은 자동차 생산과정을 자동화시켰다. 노동자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기계에게 일자리를 잃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생산공정의 자동화로 자동차 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자동차가 귀족의 전유물에서 일반인의 생활수단이 됐다. 시장은 확대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대거 창출됐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 거대한 패러다임 변이과정에서 과거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사회라는 유기체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일 뿐이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 신입사원 채용 동향을 보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코딩능력을 갖춘 공학박사의 몸값이 상한가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은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비록 인간이 패했지만 프로기사와 알파고가 편을 이룬다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원하는 결과를 생성해낼 수 있는 능력 여부에 따라 개인의 역량이 결정된다. 이 근간에 코딩 능력이 있다.
미래 디지털사회에서 코딩 능력은 과거의 인터넷 검색능력 정도가 될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실력은 과거의 외국어 구사능력 정도가 된다. 미래 사회는 두개 부류 계층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코딩을 아는 자와 코딩을 모르는 자. 컴퓨터의 계산능력과 무한 데이터를 사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는 디지털 생태계의 정점에 설 것이며, 그렇지 못한 이는 하부에 위치할 것이다. 코딩을 모르는 사람, ‘코맹’이다.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생각해 보자.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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