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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의우주여행] 여름이 길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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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6 22:11:28 수정 : 2017-02-03 15: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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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고도 높아지면 일조량 늘어 후끈
늘어난 도시·기상이변 탓도 무시 못 해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여름에는 왜 더울까?”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남반구는 겨울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 대답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는 정확한 원이 아니라 약간 찌그러진 타원이다. 이에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1년을 주기로 조금씩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가장 가까워질 때는 1월 초순이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하면 여름보다 겨울이 태양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남반구는 북반구와 반대다. 이로 인해 남반구 여름의 평균 기온이 북반구보다 조금 더 높다. 여름에 더운 이유는 23.4도 기운 지구의 자전축(북극)이 태양 쪽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북반구의 태양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도가 높아진 만큼 땅에 내리쬐는 단위면적당 열량이 늘어나고, 낮도 길어져 일조량이 증가한다.

천문학적으로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날은 24절기 중 열 번째인 하지다. 그렇다고 하짓날이 가장 더운 날은 아니다. 하루 중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정오 무렵보다 오후 3~4시가 가장 더운 것처럼, 1년 중 가장 더운 때는 7월 말부터 8월 초순경이다.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와 더워진 땅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합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는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기도 하다.

하지를 포함한 24절기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양력이다. 태양의 중심이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날인 춘분을 기준으로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를 24등분한 것이 24절기이다. 계절은 태양 위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24절기가 그 기준이 된다. 24절기의 날짜는 매년 거의 비슷하다. 하루이틀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1년이 정확히 365일이 아니라 365.2422일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로 대략 4년에 한 번 윤년이 온다. 윤년이 아닐 때는 하지가 보통 6월 22일경이지만 올해처럼 2월이 29일까지 있는 윤년에는 하지의 날짜가 하루 정도 앞당겨져서 6월 21일경이다. 춘분도 윤년이 아닌 해는 3월 21일경이지만 윤년에는 3월 20일경이다. 추분과 동지는 춘분에서 각각 여섯 달과 아홉 달을 더해서 기억하면 된다.

기상이변으로 봄과 가을이 줄어들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100년 전에도 있었고, 그 훨씬 전에도 있었다. 태양의 고도는 물결 모양으로 변한다. 물결의 마루가 하지이고, 골이 동지다. 골과 마루의 중간이 춘분, 마루와 골의 중간이 추분이다. 태양의 고도는 하지와 동지 무렵에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5월 중순이나 7월 하순이나 거의 같다. 하지만 춘분과 추분 전후로는 급격하게 변한다. 낮에 내리쬐는 태양열만을 비교하면 2월 하순에서 4월 하순까지만 봄인 것 같고, 8월 하순에서 10월 하순까지만 가을인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도시가 늘어나면서 땅이 데워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기상 이변으로 여름이 조금 더 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낮의 기온만 놓고 보면 원래부터 봄과 가을은 짧고 여름과 겨울이 긴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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