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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2분의 1 사회… 인구 다이어트의 고통이 기다린다

입력 : 2016-06-19 09:00:00 수정 : 2016-06-19 16: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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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구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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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를 두려움 없이 먹는다. 식욕을 견디지 못한 고통은 기억이 없고,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 소화를 시키지 못해 고생한 기억만 있다. 살이 찌지 않는 타입이라 그런 것이다. 그래서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가끔 있다. 무심코 “안 먹으면 해결되는 일 아닌가요”라고 했다가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줬던 기억이 있을 정도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큰 숙제로 돼 있다. 젊은 사람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정원보다 대학진학 희망자의 숫자가 적어지는 시기가 몇 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을 폐지하고 대학의 정원을 줄이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저출산의 파도를 가장 먼저 만난 곳이 산부인과와 의원이었다. 그 다음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였으며, 지금 중고등학교가 감당하고 있다. 이 파고가 곧 대학에 닥칠 것이고,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 정도다. 그리고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1.2명이다. 여성 1인당 출산율이기에 남녀 기준으로 하면 1인당 0.6명의 출산율이라 말할 수 있다. 5000만 명의 인구가 다음 세대가 되면 5000만×0.6=3000만 명이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는 3000만×0.6=1800만 명이 된다. 대강 계산해도 현재와 같은 출산율이 계속되면 2세대 후, 약 1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현재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를 보지 않고 실행했던 산아제한정책


그래프 1은 각 나라의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데 활용되는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1.2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한 나라의 인구가 더 이상 늘거나 줄지 않고 현상 유지하는 ‘인구대체수준’ 합계출산율에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출산 가능 여성 1인당 2.1명의 출산율을 인구대체수준이라 말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5년 이상 1.3명 이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명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대로 가면 2050년 노인(65세 이상) 비중이 39%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고, 100년 뒤에는 전체 인구가 22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55년 6.33명의 수준을 보이면서 1962년까지 6명 수준을 오락가락했다. 1962년에 출산을 제한하는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됐고, 적극적인 정책 시행으로 출산율은 1970년 4.53명으로, 1980년 2.83명으로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1983년에는 인구대체수준까지 떨어져 출산율이 2.06명이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한 시기는 1996년이다. 인구대체수준에 도달한 지 13년이 지난 후에야 공식적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한 것이다. 1996년에는 출산율이 이미 1.57명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입안자라면 1970년대 후반에 이미 산아제한 정책을 어떻게 소프트랜딩시킬 것인지 고민했을 것이다. 1970년대 말, 1980년 대 초에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이 조금 더 현명하게 미래를 내다보며 정책을 세웠더라면 인구 문제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물론 출산율 감소가 선진국형의 추세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2.01명과 OECD 국가 평균 1.7명에 비교해 현저히 낮은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프 2는 각 연령대별로 우리나라의 인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 그래프는 지금까지 실패했던 인구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인구 구조이다. 40세를 살펴보면 1년에 90만 명이 태어났다. 그런데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이의 경우 1년에 45만 명 정도가 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보면 어떠한 미래가 예상되는가.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인구에서 얻은 미래전략

현재 한국 사회의 은퇴 나이가 대략 50대 후반에서 60대 사이이다. 10년 후에는 지금의 40대 후반부터 은퇴하게 된다. 결국 부양 인구는 늘어나고 생산 인구는 늘지 않는 현상이 대두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재의 복지정책은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가.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약 600만 명이다. 15년 후 2030년에는 1200만 명이 되고, 2060년에는 17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둬도 2030년에는 복지부담은 두 배로 늘어난다.

우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출산장려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아울러 생각할 것이 이민정책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이 인구 유입정책을 펴서 인구를 보충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관념 속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하다. 외국인들이 국적을 취득하기도 어렵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것은 새로운 창의적인 방법이 아니라,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방법일 뿐이다.

◆다가오는 국가 다이어트 시대

어떤 사람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뭐 그리 나쁜 것이냐 묻는다. 어떤 사람은 한반도에 인구밀도가 높은데, 오히려 잘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네덜란드나 스웨덴처럼 작은 국가로 살면 되지 않느냐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첫째는, 인구 감소다. 현재 상태로 가면 인구가 100년 후에 현재의 절반으로 떨어져 현재보다 2분의 1 이하의 작은 국가가 된다. 국력도 2분의 1, 국내 시장도 2분의 1, 경제력도 2분의 1. 연구력도 2분의 1 정도 될 것이다. 그리고 2분의 1 국가로 줄어드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결국 국가 전체가 2분의 1로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 과정 동안에 모든 분야에 불경기가 계속된다. 식당의 손님도 2분의 1, 버스 손님도 2분의 1, 학생도 2분의 1로 줄어든다. 5000만 명에 적응된 국가시스템이 2000만 명 국가로 바뀌기 위해서는 다이어트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둘째는, 생산인구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생산인구가 줄어들면 국가의 생산력이 감소한다.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자동화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도 부족한데 인구가 줄어드니 실업률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소비인구도 줄어든다. 소비가 감소되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경제가 돌지 않으면 산업이 축소되고 결국 일자리는 또다시 줄어든다.

셋째는, 국방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대 인구가 65만 명인 상태에서 60만 명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10세 전후의 인구가 45만 명 선이기 때문에 60만 대군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의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복무기간 연장, 여성 병역의무, 무기 자동화 등의 전략이 떠오를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학의 다이어트 고통은 20년 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대학의 정원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통계를 믿고 대학 신설을 허가해 주고 정원을 대폭 늘려줬다. 그 당시 출산율은 이미 1.5명 수준이었다. 인구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실패한 정책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우리도 인구 변화를 간과하고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린이용품 사업, 주택건설 사업, 20대가 좋아하는 커피숍과 의류 사업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구 구조 변화는 정치지형도 바꿔 놓을 것이다. 인구구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인구구조를 보면 떠오를 사업, 기울어질 사업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노인요양과 장례사업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는 회사 사무실에 인구구조 그림을 붙여놓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이광형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부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리옹 응용과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스탠퍼드대 초빙교수, 일본 도쿄공업대 방문교수 등을 거쳤다. ‘이광형의 미래학의 향연’은 격주로 연재되며, 미래에 대한 인식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지향적 국민이 되기 위해 모색하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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