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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행' 박병호, 왜 나 홀로 부진했나

입력 : 2016-07-02 14:08:16 수정 : 2016-07-02 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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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힘든 여름을 보낸 끝에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미네소타 구단은 2일(한국시간) 박병호를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 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지 약 3개월 만이다.

아시아 야수 중 거포형 타자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긴 하지만 박병호가 이 정도로 고전하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초반만 해도 외야 관중석 2층을 폭격하며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의 위용을 한껏 떨쳤다.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5월 중반부터였다. 침묵이 길어진 박병호는 6월 극심한 부진 끝에 타율이 0.191(215타수 41안타)로 떨어졌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양대리그를 통틀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 최하위라는 오명을 쓰고 쓸쓸히 짐을 쌌다.

박병호는 기술적으로 완성된 타자다.

바깥쪽 공은 타고난 힘으로 밀어치고, 몸쪽 공은 팔을 몸에 바짝 붙인 채 몸통 회전을 이용해 받아쳤다.

배트 스피드나 파워 등 기술적인 면에선 메이저리그 거포들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박병호가 빠른 공에 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지만, 박병호가 특별히 강속구 투수들을 더 많이 상대한 것도 아니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접한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6~147㎞가 대부분이었다.

결국에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박병호의 부진이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 지점에서 박병호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성적이 갈렸다고 봐야 한다.

박병호는 술과 담배도 멀리하고 하루종일 야구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성격도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하루하루 영웅과 역적을 오가는 프로야구의 세계에서는 안 좋은 기억을 털어내지 못하면 트라우마가 되는데, 박병호는 실패한 기억이 자신을 스스로 옭아맨 것으로 보인다.

팀 성적이라도 좋으면 팀의 승리와 함께 자신의 부진도 지울 수 있는데, 미네소타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 팀이다.

올 시즌 미네소타 구단이 새롭게 계약한 선수 가운데 최고액 영입이었던 박병호는 자신의 부진 때문에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스로 확신이 없어진 박병호는 시즌 도중 타격폼을 수시로 바꿨다.

사실 박병호의 스윙은 만년 유망주로 머물던 LG 트윈스 시절(2005~2011년)을 포함해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소중한 땀과 귀한 시간의 결과물이다.

그런 스윙조차 버리면서까지 부진 탈출에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박병호는 칠 수 있는 공도 공략하지 못하면서 악순환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박병호는 원래 스윙으로 올 시즌을 완주하겠다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박병호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앞으로도 타자 중에서 그를 능가하는 성적을 가지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박병호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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