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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의울림] 물을 찾아서… 난민이 된 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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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5 22:32:07 수정 : 2016-07-05 22: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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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물이다. 어서 따라오렴.”

파라과이 중부 필코마요강 인근에 서식하는 카이만 악어 두 마리가 저수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살았다” 악어가 말을 한다면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지독한 가뭄이 파라과이에 사는 생명을 위협하며 수백마리의 악어가 강바닥과 함께 말라붙은 채 처참한 몰골로 세상을 떠났다. 이글거리는 땅 위에 고개를 떨군 악어 사체들은 그곳에 물이 있었음을 쓸쓸히 말해 준다.

저수지를 찾아낸 악어는 얼마나 운이 좋은가. 이들의 발걸음에서 안도와 환희가 보이는 듯하다. 강을 떠난 ‘난민 악어’들은 저수지에 모여들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이다. 벌써 수천마리가 모였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저수지에 악어떼가 드글거리다 보니 이 저수지는 사람이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됐다. ‘너희가 지구온난화를 촉발해 난민 신세가 됐고 내 동료들이 죽었잖아’ 악어는 이렇게 쏘아붙이며 인간을 원망하는 것 같다. 인간이 저수지를 내줄 수밖에.

이현미 기자·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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