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심사가 길어지면서 공정위가 양사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에 초점을 맞추고 납득할 만한 ‘조건’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합병을 승인할 경우 대기업을 밀어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불허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 결정은 ‘조건’이 아닌 ‘금지’였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주식을 살 수 없으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도 할 수 없게 됐다. 합병 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면 일부 사업이나 방송권역 매각 등의 조치만으로 독과점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수 없다고 내다본 셈이다.
경쟁제한 여부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였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면 시장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방송권역의 경우 독과점 폐해 우려가 컸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쳐지면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방송권역은 전체 23곳 가운데 15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의 가입자 수는 CJ헬로비전 전체 가입자 415만명(2월 말 기준)의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불허 결정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장의 효율성보다 독과점 견제 정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또한 공정위가 합병심사에 무려 217일에 달하는 시간을 허비해 업계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기간 해당업체들은 경영 불투명성 탓에 사업재편이나 투자, 고용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 사무처의 불허 결정은 이르면 2주 뒤에 열릴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SK텔레콤은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보고서에 대한 반론을 준비해 전원회의에서 사무처와 공방을 벌이게 된다. 공정위 상임위원들은 사무처의 심사보고서와 SK텔레콤의 반론을 들은 뒤 최종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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