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병행한 테슬라 전략 주효 지난 10여년 동안 공대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한결같이 드는 생각이 있다. 아직도 많은 공대생이 기술력만 있으면 시장이 받아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만이 아닌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전기차와 같은 신기술로 인해 창출된 신산업에서는 누가 먼저 지배적 디자인을 확보해 경쟁우위를 차지하는지가 곧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술전략 분야에서는 지배적 디자인이 아직 등장하지 않아 수많은 기술이 난립하는 시기를 ‘패러다임 이전 시기’라고 정의한다. 이 시기의 기술이 지배적 디자인으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자보다 소비자에게 더욱 많이 노출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시장에 많이 노출돼 소비자가 더 익숙하게 여기게 되는 제품은 비록 다른 경쟁자의 제품에 비해 기술적으로 열등하다 할지라도 지배적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
반면 최근 전기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IBM과는 다른 전략으로 눈길을 끈다. 우선 테슬라는 고효율, 대용량 배터리 개발에만 집중해온 다른 전기차 제조사와는 달리, 1970년대부터 범용으로 사용돼 왔던 저렴한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18650 배터리)를 6000개 이상 병렬로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수백개의 18650 배터리로 이루어진 배터리 팩을 트렁크가 아닌 차체 밑바닥에 장착함으로써, 무게중심을 낮춰 주행 안정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한번 충전으로 400㎞가 넘는 거리를 주행할 수 있게 했다. 테슬라는 이와 같은 혁신적인 전기차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모두 공개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실시했다. 아직 규모가 작은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움과 동시에 다른 전기차 제조사가 테슬라의 기술을 모방하도록 함으로써 패러다임 이전 시기에서의 지배적 디자인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테슬라의 이후 행보는 지배적 디자인의 확보만이 기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는 전용 배터리 충전소 및 교환소를 빠르게 확보하고 파나소닉과의 제휴를 통해 기가팩토리라는 초대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축함으로써 전기차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배터리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기술전략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보완적 자산’의 확보 전략에 해당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보완적 자산이란 핵심제품의 기능에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가치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자산을 의미한다. 지배적 디자인이 결정된 ‘패러다임 이후 시기’에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후발주자와 차별화되는 보완적 자산을 갖춤으로써 기술의 전유성을 지키는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 테슬라의 전략은 지배적 디자인의 선점을 위한 오픈 시스템 전략과 전유성 확보 전략을 동시에 실시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지배적 디자인을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적절한 기술전략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기술집약적 기업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공대생이나 기술인은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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