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강원도 동해 해군 1함대를 방문한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부대 관계자로부터 식재료 보관과 조리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모니터링단은 군대 급식 안전성과 품질 점검에 장병 어머니 의견을 반영하고자 국방기술품질원이 2014년 처음 만들었다. 해군 제공 |
◆경제력 신장으로 군대 식단도 변했다
현재 군대 식단의 기본 체제인 ‘1식 4찬’이 확립된 건 1990년대. 이전까지 군대 식단은 장병들 배를 채워주는 데 불과했다. 급식 질은 늘 후순위로 밀렸다.
1945년 광복 직후 대한민국 군대가 창설됐을 당시에는 군대 식단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이 배고픔을 면하고자 군 입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던 군이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보리밥과 콩나물국이 전부였다. 모자란 식사에 만족하지 못한 장병들은 일과시간이 끝나면 주보(酒保·PX의 옛 일본군식 표현)로 달려가 빵을 수십개씩 사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지난 20일 강원도 동해 해군 1함대를 방문한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부대 식당에서 해군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얘기하고 있다. 해군 제공 |
지금 기준으로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세끼도 해결하지 못하던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이라 장병들은 큰 불평 없이 식사를 했다. 군은 휴전 직후 식품 검사를 수행할 ‘병식연구소’를 창설하고 주식 기준을 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4·19혁명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0년대엔 삼계탕과 돼지갈비 등 고급 메뉴가 추가되면서 식단이 다양해졌다. 2010년대부터는 순살새우, 한우, 삼계탕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급식 횟수가 느는 등 식단이 질적으로 개선됐다.
현재 장병 1인의 하루 급식영양 기준은 3100kcal다. 군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 등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하도록 장병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조리병 손을 거쳐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의 기본 메뉴는 밥이다. 쌀과 흑미, 현미, 검은콩, 찹쌀 등을 5:5로 섞어 조리한다. 여기에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생선?가공식품, 김치와 국이 더해진다.
급식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건 ‘조미김’이다. 비닐로 포장된 조미김은 일주일에 3~4회 식탁에 올라온다. 김을 잘게 부숴 밥에 뿌려먹거나 야간 근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라면과 함께 먹기도 한다. 생선묵과 햄, 소시지, 돈가스, 생선가스, 게맛살 등 가공식품도 월 1회 이상 식단에 포함된다.
올해부터는 광어와 냉동새우 등이 식단에 등장했다. 광어와 냉동새우는 식중독 예방 차원에서 튀김이나 찜 등의 형태로 1년에 두 차례 제공된다. 오징어 실채는 한 달에 한 번, 팝콘형 치킨(뼈없는 닭고기 일종)과 탕수육은 1년에 네 차례 나온다. 장병들이 선호하는 육류도 추가 공급되고 있다. 삼계탕과 한우갈비는 1년에 세 차례 나오지만 한 차례 더 제공되며, 오리고기는 연 12회에서 16회로 늘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복무 중인 병사들은 육류를 선호한다”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육류 급식량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식으로는 ‘군대리아’로 유명한 햄버거 빵이 월 6회 급식된다. 종류도 핫도그, 햄·치즈, 새우, 불고기 등으로 다양하다. 감자튀김과 시리얼도 함께 제공돼 “햄버거는 양이 부족해 먹어도 배가 고프다”던 장병들 불평도 줄었다.
장병들에게 지급되는 `쌀건빵`. 안에 별사탕이 함께 들어있다. |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식품과 성분을 메뉴판에 표시하고 인공조미료 대신 멸치 가루나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등 천연조미료 사용을 확대해 장병 건강 증진을 위한 ‘웰빙 식단’을 짜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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